제주도에서 '이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적당히 외면했던 '이것'
어릴 적 널 미친 듯이 좋아했던 증거로
앞이빨이 노래지도록, 양손톱에 하얗게 박히도록,
손에 향이 넘치게 베이도록, 광적으로 먹었다.
정신 나간 듯 무차별적으로 아주 지독하게.
하지만 너무 하얗게 태웠어.
받아야 할 것을 다 받아버린 거지. 그만 한도량이 초과가 된 걸 꺼야. 너로 인해 받아야 할 달콤함과 새콤함과 비타민C는 이제 차고 넘칠 만큼 받았다고. 그러곤 넌 이제 질렸다며 절교하듯이 헤어지며 결말은 배드엔딩.
드문드문 마주할 수밖에 없는 너를 보며 적당히 외면했다. 그런데 우연히 제주올레시장에서 마주한 널 보니, 그것도 이렇게 정갈하게 전시된 널 보니, 옛정이란 게 생각나더라. 무슨 첫사랑도 아니고. 괜스레 아련해진다.
막으면 막아지고 닫으면 닫히는 것이 마음이라면,
그러면 사람은 얼마나 가벼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