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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쌤 Apr 27. 2023

시끄러운데 고요한 수업

Part 2. 특수교사 한샘의 교단일기

시끄럽고, 고요하다.

특수교육의 현장 분위기는 특이하다.     


고요한 분위기는 수업하기 쉽지 않다. 분명 한 공간에 함께 있는데, 혼자 있는 분위기다. 대화를 시도하면 학생으로부터 피드백이 부족하다. 소통이 쉽지 않다. 중증(장애 정도가 심한)의 장애학생과 수업을 하다 보면 대화가 일방통행일 때가 많다. 내가 질문하고 내가 대답하고.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수업은, 어떻게 보면 고요하다 못해 고독하다. 학생의 작은 몸짓과 표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생겼다.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그 몸짓과 표정은 나를 위해 애써 표현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으며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 수업이 가능하니까.      


시끄러운 분위기는 에너지가 넘친다. 아니, 사실 어수선에 가깝다. 자리에 앉지 않고 교실을 누비는 학생,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드는 학생, 입이 쉬지 않는 학생 등등. 학생 1명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두더지 잡기처럼 한 학생을 중재하면 또 다른 학생이 ‘날 좀 보소~!’ 하며 등장한다. 나는 어떻게 서든 학생의 주의를 끌기 위해 온갖 발악을 한다. 그래야 수업이 가능하니까.    

  

이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수업을 가능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뿌듯한 일이다. 특수교사가 만들어주는 즐거움과 성취감은 학생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다.      


그래서 고요하거나 시끄러운 이 특이한 분위기는 특수교육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고요할 때는 홀로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느낌이었고, 시끄러울 때는 시장 바닥에 들리지 않는 메아리를 외치는 것만 같았다. 비합리적인 생각이 나를 뒤 감았었다. 학생들 앞에 나는 웃겨야 하는 개그맨인 것 같았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귀가 빨개지며 수치심도 들었다.      


사람은 역시나 적응의 동물이다. 도저히 적응 못할 것 같은 이색적인 분위기는 적어도 어색하진 않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됐다. 학생들은 그저 자신의 모습대로 수업에 임한 것이다. 나를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요하면 좀 어떻고, 시끄러우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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