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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마음 Jun 04. 2024

연길 1박 2일 다녀오기 - 2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드디어 그렇게 그리던 동생을 만나러 왔습니다.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터지려는 걸 애써 꾹 눌러 참았어요. 그리고 한참 서로를 보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죠. 4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변한 것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연길에 가면 꼭 먹고 오는 양꼬치와 생선요리를 먹으며 그간의 근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은 하늘 길도 막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아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뎠나 싶었는데요. 막상 불편함이 없어지고 나니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ㅎㅎ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ㅎㅎㅎ



설탕 뿌린 토마토는 서비스로 주셨는데 누구나 아는 맛이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상추가 너무 커서 한 번 찍어봤어요. 정말 제 얼굴만 해서 너무 놀랐던 상추 크기.ㅎㅎㅎ



양꼬치에 대동강 맥주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이 날 대동강 맥주를 원 없이 마셨습니다.ㅎㅎ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슬픈 이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빨리 볼 수도 있고, 죽기 전까지 못 보고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눈 감을 수도 있겠죠.


이제와 하는 이야기지만 연길에는 북한직원들이 응대하는 식당이 참 많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남북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식당에서 종업원과 손님으로 만나도 서로 가벼운 대화도 나누고, 어렵지 않게 지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손님을 아예 받지 않는 식당도 있고, 손님으로 받아도 대화는 주고받을 수 없어 차가운 분위기인 곳이 많습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너무 좋지 않으니까요. 그런 현실이 그저 슬프기만 하더라고요.



동생과의 짧은 만남, 그리고 긴 이별을 뒤로한 채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오래도록 생각한 밤이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결국 맥주를 한 캔 먹을 수밖에 없었고... 가져갔던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포기. 어떻게 연길에서의 밤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내일 아침, 다시 한번 동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불가능해서 이것도 포기.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침에는 오랜만에 수상시장에 가보고 싶었는데요. 비가 와서 상인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잠깐 수상시장을 돌아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겼습니다. 가이드 오빠가 미리 띠디로 차를 불러주어서 편하게 타고 공항까지 이동했어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마음은 더 쳐졌고요. 그런 제 마음을 위로하기라도 하는 듯 비가 내려서 더 슬픈 마음을 가지고 공항 안으로 들어갑니다. 연길 공항에 내렸을 때의 설렘과 너무 상반된 기분이었어요. 캐리어를 끌다가 툭툭 걸릴 때마다 제 마음도 어딘가에 걸려 덜컹 거리는 느낌이었죠.



공항 내부에 있는 럭키리아. 우리나라의 롯데리아와 비슷하죠?ㅎㅎ 많은 분들이 찍길래 저도 살짝 찍어보았습니다. 카페도 있고요. 이제 연길은 거의 한국의 문화와 비슷해진 것 같아요. 수속하는 줄이 길어서 얼른 줄을 섰습니다. 차라리 공항 안에 들어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중국은 특이하게 꼭 이렇게 비행기표에다 도장을 찍더라고요. 저 도장의 잉크는 잘 마르지도 않아서 잘못하면 밝은 색 옷에는 묻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커피도 한 잔 사서 마시고,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아, 참고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면 원래는 면세점이 있었는데요.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과 초콜릿 정도 파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2개월 정도 됐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라도 출국장 안의 면세점을 이용하려고 하셨던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언제 다시 열지, 아예 문을 닫을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창문을 내리라는 지시. 보통은 출발할 때 창문을 다 열어야 출발하는데 연길은 군사지역이라 모두 닫아야 출발 승인이 떨어집니다. 떠나는 지역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안녕하는 게 제 나름의 루틴이라면 루틴이었는데 이번에는 인사를 하지 못했어요.ㅠㅠ



비행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어느 정도 상공을 벗어났을 때 즈음 창문을 열어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마침 기내식도 나오던 참이라 영화를 보며 조금 먹으려고 했는데... 볼만한 게 없어서 보스턴을 보았다는 슬픈 소식 ㅎㅎ



한국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그리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겨준 여행이었어요. 너무 짧기도 했고, 급하게 갔던 일정이라 동생을 만난 것을 빼고는 무얼 특별하게 한 것은 없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꼭 해야 할 숙제를 마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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