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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Mar 26. 2024

소통의 힘

최선의 삶

새로운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갔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꽤 오래 일 한 느낌이 들었는데 고작 두 달이라니..

예전이라면 왜 이렇게 시간이 안 흐르지라며 지나쳤겠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그만큼 업무 습득력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


많은 걸 배웠고 업무에 많이 익숙해졌는데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업무는 이제 머릿속에 차곡히 정돈되고 있다.

시야가 넓어지고 차마 다루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도 신경 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팀원들과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이 카페에 들어가면서 목표했던 것이 좋은 사람과 일하는 것 그리고 커피에 대해

많이 배우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내 기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열정이 있었다.


"그래, 이 사람들과 이런 열정이라면 오래 일해 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최근에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생겼다.


'소통'


요즘은 팀원들을 넘어 고객들과의 '소통'에 힘을 그리고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카페에는 브루잉을 내리는 브루잉 바가 별도로 있다.


브루잉을 내리는 목적도 있지만 브루잉 특성상 내리는 행위 자체가 쇼가 되어주곤 한다.

바는 그 쇼를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지금 내가 일하는 카페는 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때로는 팀원들이 나에게 미션을 준다.


바에 앉아계신 손님께 서빙을 가서 주문하신 커피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오기.


꽤 낯설고 내향적인 나에겐 용기가 나지 않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난 늘 생각하고 있었다.


최고의 원두가 최고의 커피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이 최고의 커피로 만들어준다고..


내가 고객에게 다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고객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좋은 커피 경험을 선사해 드릴 수 있다면, 기어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아는 커피에 대한 지식을 총집합시켜 고객에게 조금은 긴장되고 조금은 서툰 말투로

설명드렸다. 내가 봐도 어설프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손님은 경청하고 계셨고 미소 짓고 계셨으며 감사하다며 인사를 해주셨다.

그때 느꼈다. 소통이 무엇인지. 소통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내가 전달드린 커피 지식은 부족함이 확실했고 선택한 단어, 발음, 크기 모두 고객에게 만족스럽지 않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가갔고 노력했다. 카페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을 경험한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상황 속에서의 소통에서 만큼은 전달하는 메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 노력, 친절함이 가장 중요하고 팀원들은 그것을 목표로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가끔 정말 커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고객도 계신다.

그래서 단순히 다가가려는 노력과, 친절함만으로는 고객에게 좋은 커피 경험을 드릴 수 없다.


현재 내가 나 스스로에게 준 과제는 내가 제공하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며 어떤 워딩을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 드릴 것인지 구상해 보는 것이다.

참 과제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너무 재밌다.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이토록 재밌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바리스타 업무들에 지쳐있을 때 바에 앉으시는 고객이 계시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업된다.


저 손님에게 어떤 주제로 말을 걸어볼까. 시음하실 커피를 준비해 볼까. 등..

고객과의 소통에 재미가 붙은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을 겪다 보니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들이 많이 변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너무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고 그것을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정체되지 않고 무언가를 몸에 습득해 나간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




갑작스럽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생에 변수는 너무 많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수도 있고 지방에 작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정말 다른 일을 찾아 헤맸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감쌀 때면 머리가 지끈 아파오고 복잡해진다.

아마 좀 더 좋은 더 빠른 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더 좋은 더 빠른 길이 있다면 더 안 좋은 더 느린 길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며 전보다 더 나아지고 발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확신한다. 그러니 최상보다는 최선의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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