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도하다가 사기를 당할 뻔했다
아내의 경고 덕분에 위기 모면
내 나이 마흔다섯
큰맘 먹고 수입차 중 그나마 할인이 많이 되는 아우디 a6를 21년 11월 말에 구매했다.
내 인생에서 새 차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것도 수입차라니
정말 온 성심을 다해 셀프세차만 하면서 차를 관리했었다.
그러다 올해 다니던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장기렌트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무래도 개인사업 하는데 장기렌트가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눈물을 머금고 아우디를 매도하기로 결정하였다.
차가 팔려야 장기렌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기에 서둘러 차를 팔기 위해 여러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차량을 등록하고 견적도 받고 딜러들의 연락도 받았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팔고 싶어 하는 금액 4700만 원에 바로 매입하겠다는 딜러의 연락을 받고 거래일을 정했는데
당일이 되어도 딜러는 연락이 없고 전화도 꺼져 있었다.
애가 탄 나는 여러 번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거래하기로 한 날이 지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딜러다.
그가 말하길 전화가 고장이 나서 번호를 겨우 찾아 연락을 했다고 하면서 다시 이틀 후에 거래를 하자고 한다. 그러다 다시 전화를 받지 않는 딜러. 며칠이 지나 다시 연락이 와서는 이번에는 전화기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딜러들이 4400이나 4500만 원 정도를 제시했기 때문에 200만 원을 더 준다는 그 딜러가 안 사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별 의심 없이 딜러가 제시하는 날에 거래하겠노라 답했다.
사실 여기서 이미 의심을 했어야 했다.
후에 느낀 거지만 이렇게 몇 번 거래를 흔들었는데도 하겠다는 사람을 사기의 목표로 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거래 당일 아침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4700에 매입했을 때 취등록세가 많이 나오니 4000에 다운계약서를 쓰고 700을 별도로 보내주겠다고.
나야 돈만 다 받으면 되니 그러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몇 분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와서는 상사에서 4000만 원을 입금하면 내가 그 4000만 원을 다시 다른 계좌로 보낸 후 상사에서 다시 4700을 입금하는 방식이란다.
뭔가 이상해서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니 4000에 매입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한다.
어딘지 모를 찝찝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나는 생각 좀 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침 아내가 전화가 와서 매도 잘했냐고 묻기에 아직 거래 전이니 끝나면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아내가 끊으면서 혹시라도 사기 아닌지 잘 보고 하라는 말을 남긴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사기라면?
내 첫차 첫 수입차를 사기당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어 한두 푼이 아쉬운 판에, 200만 원 더 벌겠다고 하다가 차를 통째로 날린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충격이었다.
중고차 매입 3자 사기
다운계약서를 쓰거나 돈을 더 주겠다거나, 돈을 입금했다가 재송금받아서 그대로 잠적해버리거나...
이건 분명히 3자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매도는 이미 포기하고 중고차 3자 사기인지 확인하기 위해 딜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딜러가 하는 말이
차를 가지러 오는 직원이 신입사원이라 다운계약서 이야기는 모르니 직원에게는 하지 말라고 한다.
아... 이건 사기가 확실하다.
3자 사기는 사기꾼이 정식 중고차상사와 매도자를 동시에 속이고 상사에게는 매도자에게 차량대금을 입금하게 하고
매도자는 다운계약서나 웃돈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상사에게서 받은 돈을 사기꾼 알려주는 계좌로 송금하면 사기꾼은 돈을 받아 그대로 잠적하는 악질적은 사기수법이다.
45년을 살면서 나름 똑똑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사기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사기당하기 직전까지 갔다는 게 너무 참담한 마음이었다.
돈 몇 푼이 뭐라고.....
차를 가지러 사람이 왔다.
나는 그분에게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음을 말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차를 얼마에 가져가기로 했는지 물었더니 4000만 원이라 답했고
나는 다운계약서를 쓰자고 해서 거래가 깨졌다고 알려주었다.
차를 가지러 온 매매상사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 하였고 나는 거래를 못하게 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차는 결국 4550만 원에 다른 딜러에게 매도를 했는데 생각해 보면 사기당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쉽게 보였던 듯하다.
중고차 딜러 명함도 주지 않는데 의심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견적보다 많이 주겠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딜러는 명함도 받고 실제 중고차매매협회에 등록된 직원인지 확인도 한 후에 안전하게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도 놀란다고...
이미 의심병이 생겨버려서 차량대금을 다 받고 차를 넘긴 후에 자동차 등록증이 변경될 때까지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매도가 확실히 마무리되고 그날 밤 나는 혼자서 두부김치에 소주를 마셨다.
만약 그대로 돈을 받아서 사기꾼에게 송금했다면 나는 차를 가지러 온 매매상사에게 차를 주지 못했을 거고 매매상사는 나를 사기로 고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돈에 쪼들리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판단이 흐려진다.
이 세상에 사기당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나의 사기당할 뻔한 경험을 이렇게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