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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Mar 16. 2024

영화 '제리 맥과이어' _ 해고의 정당한 이유

직장에서의 성과, 가정에서의 사랑 모두 중요합니다.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맥과이어. 

연전연승하고 최고의 성과를 올리던 그에게 커다란 깨달음이 다가온다.

그리고 에이전시 업계에 크게 경종을 울릴 업무지침서를 책으로 만들어 전체 직원에게 공유하고, 일주일 후 ‘해고’를 통보받는다.

스포츠 선수 자체의 성공보다는 에이전시의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할 것인가? 단순히 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선수와 에이전시의 공생관계를 추구할 것인가?

이 미묘한 문제를 제리맥과이어는 에이전시의 돈보다는 스포츠선수 인간 중심의 구조가 바람직함을 주장했다.

결과는 '해고'

영화에는 짧게만 묘사되지만, 회사의 이익을 해할 목적의 일종의 '해사 행위'를 이유로 해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진심을 알아주는 경리직원 도로시 단 한 명과 회사를 나와서,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제리맥과이어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돌리고 있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스터 - 스틸컷]


믿었던 선수 쿠쉬와의 계약이 물거품 되고, 후순위 중에서도 하위 순위였던 선수 티드웰 단 한 명만이 에이전시 회사 소속 전부가 된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을 알아봐 주고 믿어준 도로시와의 사랑이 피어나고, 도로시의 아들 레이의 역할(?)로 의리로 뭉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결혼은 아니었던 상황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서로 가슴 아파하는 별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려운 여정을 거쳐서 마침내 중요한 경기에서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극적인 승리를 견인하는 티드웰. 에이전시 창업 이후의 첫 번째 잭팟이 터지게 되고, 이 순간 진정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 도로시였다.


티드웰이 터치다운 성공 후 환호하는 모습 [이미지출처 : 네이버-영화-포스터-스틸컷]


해고의 정당한 이유


회사는 경영상 목적과 함께 하는 구성원들이 한 버스에 같이 타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버스는 한 방향으로 운행하는데 바퀴 따로 핸들 따로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 설립 목적이나 추구하는 방향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줄 것을 주문한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과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일반적인 회사의 일반적인 경우에는 어떤 사안에서 어떤 반대방향으로의 업무가 진행되었는지를 살피게 될 것이다.

회사에는 비전 미션 등의 경영방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이에 맞추어서 사업목표 설정이나 업무 내용을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서 업무를 진행한다. 물론, 이러한 경영방침을 실행함에 있어서 다소의 부족함이 있다고 징계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경영방침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하고 모두가 yes를 표할 때, 본인만 혼자 no를 외치는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대부분 본인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게 설득하는 과정과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만약 이러한 실행이 잘 안 되면 다시 집단의 목표에 수립되게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그런데, 명시적인 반대를 넘어서 업무를 고의적으로 해태하거나 다른 인원들의 업무를 방해한다면?

아마도 이러한 경향상 문제를 넘어서 ‘업무방해’나 ‘업무지시불이행’으로 인한 징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건대 회사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더라도, 상사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이를 수정하고 시정하기 위한 활동은 시도해도 되지만,

적정한 때를 알고 도저히 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순응하고 일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수정하기는 너무 어려운 구조는 맞다.

참 애매하다. 그런데, 회사라는 곳이 이런 곳이 아닐까?




이쯤에서 영화의 직접적 내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해고 이론에서 특수한 경우를 하나 소개한다.


'경향사업장'이라는 용어가 있다. 

종교, 정치,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사명을 추구하거나 목적을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사업장에서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주교 재단이 설립한 언론단체에 근무하는 기자가 낙태자유운동을 펼친다면, 교리와 정면 배치되는 경우라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경우, 이 직원을 해고해도 되는가? 

법에서 정한 해고제한과 경향사업에서의 경향보고가 충돌하는 대목이다.

일반기업에서의 해고 제한이란, 사업의 자유를 영위하되 법상 해고제한 규정을 통해 사용자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경향기업에서는 사용자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해서 해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경향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고려해야 한 것이다.

물론, 경향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근로자에게 이러한 해고가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향기업에서 경향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서 종교단체의 성직자, 노조의 조직국장 등 특정활동을 직접 수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제한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경향사업장의 경향근로자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이런 해고가 경향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고 직무내용 및 사정을 고려하여 해고 외의 다른 수단의 적정성 및 반경향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해와 근로자의 불이익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래서, 모든 경우에 신중해야 한다.

영화와 억지로 연결시켜 본다면,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에서 에이전시의 이익 추구를 정면으로 비판한 서류를 배포한 것은 이 회사의 확고한 경영이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 아닐까?

종교까지는 아니어도 이러한 대치된 신념을 가진 인원이 중요 에이전트로서 활동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해고는 너무 과도한 조치였다.


도로시의 아들 레이가 전화를 받는 모습 [이미지출처 : 네이버-영화-포스터-스틸컷]


어쩔 수 없는 창업 그리고 시련


회사를 나오게 되면, 그전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상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퇴사의 목적이 창업이었으면 창업 준비, 이직이 목적이었으면 곧바로 또는 일정 기간 휴식 후 타직장 출근을 목표로 일정을 수립하고 준비한다.

그런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의 퇴직은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월요일 아침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출근할 곳이 없다. 그렇게 출근하기 싫었던 직장인데 막상 출근할 곳이 없으니 정말 애매하다.

월요일 아침 10시. 주말에는 오픈런으로 줄 서야 들어가던 카페에 여유롭게 입장해서 커피 한잔에 토스트를 즐겨본다.

한참을 있었는데 아직 12시다. 식사를 해야 하는데 혼자이고 갈 곳도 애매하다. 결국 집에 들어가서 밥과 반찬으로 끼니를 때운다.

오후 2시.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전에 회사 간판 없이 정말 순수하게 내 역량으로 개척했던 거래처가 있다.

이곳을 기반으로 창업을 해 보아야겠다. 그래서 오후 4시에 업체 대표와 미팅약속을 하고 찾아갔다.

“거래선을 ㅇㅇ물산에서 제가 창업할 회사로 변경해 주세요.”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업체 대표가 우물쭈물한다. 왠지 분위기가 내가 회사에 소속되어 미팅할 때와 다르다. 

고민을 해 보겠다는 대표의 답변을 듣고 집에 왔다. 오후 6시.

예전 같으면 퇴근을 하고 오늘의 스트레스를 날리려 동료들과 한잔하러 가던 시간대이다.

그런데, 오늘의 스트레스를 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내일 아침부터는 뭘 하지? 하는 고민이 벌써부터 시작된다.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려는데, 학원에서 애들이 돌아오고 다시 학원으로 가고, 아내도 직장에서 밤에 돌아왔다.

내일은 어쩌지? 막연한 미래가 애매해진다.

일단, 내일은 나와 거래를 하고 싶어서 매달리던 작은 기업체 대표와 미팅을 잡았다. 이번에는 잘 될까?




퇴사 후 1일 차를 간단하게 묘사해 보았다.

결론은 퇴직은 준비가 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퇴사할 사유가 발생해도 횡령 등 근로기준법상 즉시해고 사유가 아닌 이상 최소 1개월의 해고예고기간이 보장되어 있고 (물론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면 바로 해고 가능)

대부분 회사 취업규칙에 퇴직 시에는 1개월의 인수인계 기간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퇴직일자는 1개월 이후의 일자로 지정하고 퇴직원을 내야 한다.

갑작스러운 퇴사의 경우에도 적어도 1개월의 정리 기간을 거치면서, 회사 내 경력을 활용하여 재취업의 시작 또는 창업의 기초적인 준비는 해 놓고 퇴직해야 한다.

영화에서처럼 막연히 퇴사 후 당연히 성사될 계약만 믿고 올인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대신에 일정 기간의 준비만이 답이다.

어차피 그 회사와 같이 할 것이 아니면, 퇴사는 하되 반드시 준비된 퇴사를 해야 한다.


현재의 회사가 만족스러운가? 계속 다닐 수 있을 거 같은가?

그렇다면 오히려 이 회사가 없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냉정하게 한번 정도 생각해 보자.

외부 채용시장에서의 나의 경쟁력, 나의 인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업 또는 동업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현실적이고 냉철하게 나를 바라보자.

그리고, 평상시에 내외부 평판관리, 전문분야 트렌드 따라잡기 노력, 전문성 함양, 인맥 네크웍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 놓자.

이렇게 준비해 놓고 안 써먹으면 좋다. 

오히려 안 써먹고 나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자기 관리 한번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 아닌가? 전쟁을 하려고 군비를 증강하고 태세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안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오히려 군비를 증강하고 상시 점검해 놓는 것이다.    


부부가 된 제리와 도로시 [이미지출처 : 네이버-영화-포스터-스틸컷]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영화는 제리맥과이어가 퇴직한 직후의 극단적인 두 가지 경우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크게 다투고 이별하게 되는 약혼녀,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따라나서 주고 나의 가족이 되어준 현재의 아내.

퇴직을 하고 개인적으로 극단까지 밀린 힘든 상황에서 결국 기댈 곳은 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에 혼자가 된 느낌. 물론, 회사라는 사회에서의 방출이었지만, 결국 혼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위해주고 잘되길 바라는 가족이 있기에 이러한 아픔과 힘듦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직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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