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가치관에 경쟁은 어디까지
”경쟁을 남이랑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엄마한테 너무 많이 듣고 자라서…“
이 말을 아이가 하더라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학교 때 성적을 포함한 소소한 것, 등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1도 없기는 했다고 아이가 말했다.
“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수학만 유일하게 나보다 못 했어 “
”근데 그걸 엄청 스트레스받아하고 열받아서 잠을 못 잤다,라는 말을 그 친구가 입버릇처럼 하더라고. 그때는 이상했는데 그 친구 빡시게 공부해서 수능 3개 틀려서 원하는 학교 가기는 가더라고 “
우리 집 아이는 희한하게 수학을 좀 잘했다. 수능 수학 100점 맞았고. 학교 때도 수학은 모의고사든 내신이든 상위 1% 안이었다. 그게 친구들 사이에는 미친 애 취급받기도 했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고 하더라. 나머지는 2. 3등급을 왔다 갔다 하고 수학은 그냥 거의 만점으로 늘 1등급을 찍으니 이상한 놈이라고 그랬단다. 수학 학원만 다녔냐고? 이니다. 아이는 12년 동안 보습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여하튼 전체 성적 순위는 아이보다 친구가 높은데 수학만 못 이기는 것을 3년 내내 친구는 분하고 했다고. 결국 학교 내내 우리 집 아이가 경쟁 대상이었단다.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 수능 3개 틀렸단다. 그래도 수학은 자신을 못 따라와서 아직도 열받아한다고.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이 왜 빡시게 공부를 덜 했나 생각해 보면 엄마가 경쟁을 막 밀어붙이지 않은 환경도 일정 부분 있겠다, 하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마는 엄마를 살짝 원망하는 느낌? 아이는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가 경쟁을 안 하게 하는 게 정말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런 대화를 하면서 경쟁이라는 단어에 새삼 정복된 느낌이었다. 남편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놈이 공부가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바닥 치지는 않을 것 같고. 그냥 공부는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딱 필요할 만큼만 공부를 하겠다,라고 우리 부부는 판단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12년 초중고 다닐 때 공부해라,라는 말을 정말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맨날 자라, 밥 먹어라 소리만 했지.
어제저녁 식사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부모의 양육태도, 환경 등, 어느 부분이 중요한가, 뭐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결론은 언제나 정답이 없다.
사실 나는 아이에게 제일 부러운 것은 천하에 스트레스가 없는 것 같은 것이다. 그 부분은 완전 남편 기질을 빼박으로 닮았다. 그런데도 승부 기질은 또 있고. 여하튼 육아의 교육환경에서 ‘경쟁’이라는 키워드는 어디까지가 중요한지 새삼 돌아다보는 대화였다. 그래 육아에 연습이 없으니 새삼 어려운 것이다 싶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가 경쟁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부분에만 경쟁을 선택하는 것 너무 감사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육아 아니었나 자뻑한다고 대화의 마무리를 했다.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
사실 육아에도 일관된 목표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써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