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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승천 Aug 10. 2023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2015)



이 책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려 하는데, 이는 평소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나는 칼럼을 쓰거나 토론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이 규칙을 지킨다.

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만 잘 따라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우리는 각자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타인의 취향을 미친 짓이라고 욕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사회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자신의 취향이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때에는 그 판단의 근거를 댈 의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할 책임이 생긴다.

논증의 미학이 살아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글 한 줄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비난과 조롱을 받은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을 피하려면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세 번째 규칙이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 글쓰기는 덜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누구나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정보와 논리 중에 스스로 창조한 것이 얼마나 될까? 별로 많지 않다. 사실 거의 없다. 대부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책 방송 신문 인터넷 대화를 통해 얻는다.

정보와 논리만 그런 게 아니다. 그것을 담은 어휘와 문장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정보, 논리구사력, 자료 독해 능력, 어휘와 문장 등... 논리적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는 남에게서 받는다.

그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책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아는 게 많을수록 텍스트를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텍스트를 독해하고 요약하는데 능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그러면 글을 잘 쓸 가능성이 또한 높아진다. 그래서 많이 읽지 않고는 잘 쓸 수 없다는 것이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탁월한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 쓰는 기술만 공부해서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독서는 글쓰기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글쓰기 근육이 부실한 사람은 무엇보다 첫 문장 쓰기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글은 쓴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지만 인격 그 자체는 아니다. 글을 자신의 인격으로 여기면 편집자의 수정 요구를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을 많이 팔려고 장사 속으로 그런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견해는 독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초고를 보여주고 지적과 비판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반영해서 글을 고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직업적 글쟁이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글이 는다.

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췌가 물리적 작업이라면 요약은 화학적 작업이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미안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발췌요약이 글쓰기의 첫걸음이라면 텍스트 독해는 두 다리로 일어서는 것과 같다. 텍스트를 발췌 요약하려면 먼저 독해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눈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공연을 들을 때에도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독해력은 체력과 비슷하다.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어떤 스포츠도 잘할 수 없다.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어떤 과제도 잘 해내기 어렵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논문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자로 정확하게 옮기는 능력이다. 어느 언어로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외국어로 쓰는 글도 모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더 잘 쓸 수 있다.

번역은 남의 나라 말로 말로 말로 된 책을 우리말 바꾸는 작업이다.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장의 분위기까지 제대로 전해주면 더 좋다. 직역과 의역 가운데 무엇이 더 나은지 논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외국어 문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단어와 표현만 바꾸어 놓고서 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건 틀린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장 구조를 그대로 둠으로써 원문의 뜻과 느낌을 그대로 전환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번역서든 아니든 우리말 책은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써야 한다. 나는 '말이 글보다 먼저'라는 이오덕 선생의 이론을 충실하게 따른다.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좋은 독서법은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독서를 생활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독서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어린이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재미를 붙이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나름의 독서 이력을 만들어간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오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들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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