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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승천 Feb 06. 2024

인생은 순간이다 (김성근, 2023)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과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이었다. 답을 모르겠으면 책을 보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 자기가 가진 재능을 찾아 그걸 자기 나름대로 꽃을 피워야 한다. 자기가 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시련의 시기는 언제나 있었고, 인간은 그 시련을 극복하는 프로세스 속에서 성장했다. 요즘은 그런 절박한 의식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한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무수히 실패하고, 도전하고,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공해 나가는 게 인생이다.

사람이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행하며 살아야 한다. 그냥 사는 인생은 없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다.

항상 왜? 라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 타협하고 후퇴하지 마라. 시선을 늘 앞으로, 미래로.

인생을 살아보니, 기회란 흐름 속에 앉아 있다 보면 언젠가 오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는 그런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기회라기 보다는 순리처럼 내게 찾아온 일들이었다. 그러니 매일의 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되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지 않았다. 내일이 있으니 오늘은 어떻게 되는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게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일이 와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사인할 때 쓰는 나의 좌우명, 일구이무도 그러한 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일구 이무란 공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이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는 사람과 흘려보내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준비'이다. 준비가 된 사람은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고, 기회를 잡은 사람은 모든 준비가 된 사람인 것이다.

자신이 그 속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운 탓, 남 탓만 하며 비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자기가 지금 베스트라는 확신이 들 만큼 열심히 하면 기회는 언젠가 오게 되어 있다. 운도 내 편이 된다. 매일의 흐름 속에서 자기의 베스트를 다해야 한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이번 공을 칠 수 있도록. 야구도 인생도 그렇다. 살아보니 똑같다.

내가 가르친 선수 중에는 자기 한계를 뛰어넘은 케이스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처음에는 '와, 이걸 어떻게 하지' 싶어 난감했던 선수들도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문제에 부딪히면 아이디어를 찾아나가면서 엄청나게 성장했다. 인간의 잠재능력이라는 게 어마어마하다는 걸 나는 살면서 몇 번이나 확인했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식이 커질 수록 잠재 능력도 조금씩 깨어나 꽃을 피운다. 그런 어마어마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생을 마칠 때 자기가 가진 잠재능력을 100%발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작 자기 능력의 20~30% 정도나 발휘하며 살까? 그러니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사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70~80%의 능력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바로 스스로가 설정한 한계 속에서 사라진다. 한계를 넘어서려면 모든 일에서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는 못한다고, 내 재능 밖의 일이라고 불만만 늘어놓고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가든 제자리 걸음 뿐이다. 결국 어떤 한계를 마주하든 돌파하는 것은 의식의 문제다.

정신력도 마찬가지다. 여든이면 언제 치매가 올지 모르는 나이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과일, 나무, 꽃, 선수 이름 등등 적을 수 있는 것들을 혼자 노트에 적어내려간다. 어제는 열 개를 적었다면 오늘은 스무 개를 적으려 해보고, 또 내일은 서른 개를 적으려 해본다.

요즘은 소위 말하는 배고픔이 없지 않나 싶다. 요즘 선수들은 안 가르쳐 준다고 말하면 그냥 거기서 관둬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르쳐 준다 해도 배우러 오지조차 않는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식이 없으니 아무리 가르쳐도 다음 날이면 다시 리셋이 된다. 누군가가 가르쳐 준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의식도 없다. 세대차이가 아니다. 배가 안고픈 것이다. 실력이 좀 떨어지면 어떠나 다른 거 하면 되지, 아님 말고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게 아닌가 싶다.

가르쳐 줬을때만 좋고, 혼자 복기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거치지 않으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종종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답은 자기한테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들이 끈질기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어떻게든 해내려는 의식이 부족하고, 매달리려는 배고픔도 없다.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다면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도 먹지 못한다. 그러고선 계속 해명만 하고, 훔치는 건 나쁜 것이라는 둥 자기 방어를 한다.

요즘은 누구나가 가늘고 길게 살려고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실패한다. 굵고 짧게 사는게 오히려 더 길게 사는 법인데, 다들 그 사실을 모른다. 가늘고 길게 살겠다며 어깨를 아끼고, 훈련도 안하고, 등판도 안 시킨다. 그러면 선수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름을 남길 선수로 자라지 못하고 사라진다. 반면 굵고 짧게 살겠다고 죽어라 연습하면 거기서 잠재능력이 개발되고 비로소 꽃을 피운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나의 베스트다 싶을만큼 연습했는데도 여전히 실력이 모자라고 도저히 못살아남을 것 같다면, 그러면 그 길은 내 길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으니 더 빨리 다른 길을 찾아 노선을 틀 수 있다. 그래야 미련이 남지 않는다.

사실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 구석에서는 이 길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작부터 목적지에 곧바로 도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는 걷기 쉬운 평야가 있는가 하면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 수록 오르기 어렵고 그만한 고통이 있다. 시간도 걸린다. 힘든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제일 베스트는 힘이 들어도 힘이 든다고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다. 힘들 때 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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