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과 동기(Motivation)의 과학
* 인살롱 기고 원문 링크
https://social.wanted.co.kr/community/article/115583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말로 설득할까? 모범을 보일까? 돈으로 조건을 내걸까? 아니면, 권위와 압박으로 할까?
경영학자 프레더릭 허즈버그는 이를 아래의 한 마디로 정리하는데요.
엉덩이를 걷어차면 누구나 움직인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직원을 움직이는 방법’을 KITA(Kick In The Ass)라고 표현합니다.
신체적/심리적 압박·협박처럼 채찍의 효과를 가지는 부정적 KITA도 있고,
“이 일 하면 보상해 줄게! (quid pro quos)”처럼 당근의 효과를 가지는 긍정적 KITA도 있습니다.
그런데 KITA는 그것이 칭찬이든, 질책이든, 보상이든, 결국은 외부에서 가하는 힘입니다.
그는 이런 외부적 KITA는 일시적 "자극"에 불과해, 지속적 "동기"가 될 수 없다 말합니다.
자극(KITA)은 변화를 만드는 지속적 ‘동기’를 주지 못한다.
회피 혹은 그저 흉내내기를 위한 일시적 ‘이동’을 유발할 뿐이다.
- Frederick Herzberg
반복적 자극에는 한계가 있고, 변화에는 근본적인 동기가 중요하다는 말 같습니다.
저 또한, 사람은 자신의 동기에 의해서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사일 뿐, 진짜로 내부의 마음이 움직여진 것은 아닙니다.
그는 HBR에 기고한 아티클, "One more time: How do you motivate employees? "에서
자신이 키우는 한 살짜리 슈나우저 이야기를 예로 듭니다.
어릴 때는 뒤를 걷어차 움직이게 했지만, 훈련을 마친 지금은 개 비스킷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이 경우 누가 동기부여를 받은 걸까요?
개는 비스킷을 원하지만, 개를 움직이고 싶어 하는 건 주인입니다.
결국 동기를 가진 건 주인이고, 개는 그저 움직인 것뿐입니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흔들어대는 수많은 '개 비스킷들'이 존재합니다.
급여 인상, 복리후생, 교육 프로그램 등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것들은 단기적 "이동"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진정한 "동기"를 줄 순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 움직이는 것
그것이 진짜 동기입니다.
2 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으로 잘 알려진 프레더릭 허츠버그의 핵심발견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요인과 불만족시키는 요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인데요.
1,685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12개 연구를 통해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직무 만족의 반대는 직무 불만족이 아니라 '직무 만족의 부재'이고
직무 불만족의 반대는 직무 만족이 아니라 '직무 불만족의 부재'라는 것
위의 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회사의 제도, 상사, 급여, 사무공간, 동료관계 같은 요인들은
직장/직무의 만족도보다 불만족도에 더 크게 기여하는 요인들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우리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s)’이라고 합니다.
청결이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더러움은 불쾌감을 줍니다.
급여, 근무환경, 상사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위생요인의 저하는 불만족을 높이지만, 위생요인을 높인다고 (크게) 더 만족하진 않습니다.
반면, 성취, 인정, 책임감, 일 자체의 재미+의미, 성장, 승진 등의 요인들은
직장/직무의 불만족도보다 만족도에 더 크게 기여하는 요인들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동기요인(motivators)’이라고 하는데요.
인정을 받으면 동기가 커지지만, 칭찬받지 못했다고 회사를 관두진 않습니다.
일의 재미나 의미, 성장, 성취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 동기요인이 빈번하면 만족감이 늘지만, 적다고 만족도가 (크게) 줄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1) 직업/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불만족도에 미치는 요인은 각각 다르며
2) 불만족을 없앤다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재미 의미 성장 성취감을 높여야 동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즉, 구원들을 만족감을 높이려면, 동기요인을 높이고, 위생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급여는 대표적인 위생요인입니다.
급여가 기대 수준을 충족지 않으면 불만족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기대 수준보다 많이 준다고 일에 몰입을 끌어내긴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이 직원 보상을 설계할 때, 위생요인을 필요 이상으로 개선하는 방식에만 집중합니다.
허츠버그의 연구는 한 세대의 학자들과 기업의 관리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만
아직도 많은 조직과 HR 담당자들에게 깊이 스며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돈 많이 주면 다 하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단지 돈" 만은 아닙니다.
물론 돈이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3084698i)도 있죠.
때문에 보상은 과학(science)이 아닌 예술(art)의 영역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에세이의 주제는 어떻게 구성원들을 변화시킬 것인지 인데요.
사람을 변화시킬 때는 바로 이 동기요인이 중요합니다.
이 동기요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바로 인간의 내재적 동기와 관련된 요인이라는 건데요.
내재적 동기란 어떤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를 말합니다.
외부적인 보상(예: 돈, 칭찬, 높은 성적)이나 압력 없이도
스스로 하고 싶어 무언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동기입니다.
제가 2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누군가를 바꾸는 건 절대적으로 어렵고,
스스로 바뀌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는 사실입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하고 싶다’고 느낄 때, "진짜 변화"는 시작됩니다.
다니엘 핑크는 저서『드라이브』에서 동기의 진화를 세 단계로 설명한 바 있는데요.
동기 1.0은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충동이고,
동기 2.0은 보상과 처벌에 반응하는 외재적 동기,
동기 3.0은 자율성, 숙련, 목적을 추구하는 내재적 동기를 말합니다.
허츠버그가 말하는 KITA는 동기 2.0과 맞아떨어집니다.
고백컨데, 40대가 되기 전까지 제 삶 대부분의 변화도 동기 2.0이 좌우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마흔에도 '불혹'은 커녕 그냥 '혹'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
제 안의 어떤 것 보다, 가족의 기대, 상사 혹은 동료들의 칭찬, 혹은 성과급 같은 KITA들이
제 일시적 ‘움직임’을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돌아보면 그 움직임은 작은 이동(Shift)을 만들었을 뿐,
큰 변화나 전환(Transition)을 만들지는 못했죠.
누구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변화를 만드는 방식은 낡은 관성에 머무르곤 하니까요.
하지만, 마흔이 되고 나서 저는 어떤 계기로 "제 안의 어떤 것"에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융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 박사의 책인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원제: The Middle Passage)”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오랜 시간 나의 커리어 궤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나를 지속적으로 움직여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국 나의 동기였다는 사실을요.
과거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특정한 면모들이,
혹은 "제 안의 어떤 것"이 원했던 요소들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스며들어 있던 것이었죠.
더 중요한 깨달음은
제 변화를 일군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제 결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어요.
그 "자기 결정" 덕분에,
매 순간과 공간, 스스로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만일 그 시간과 공간에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반응하고,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뿐더러, 앞으로도 오래 걷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살면서 내 엉덩이는 내가 계속 걷어차야합니다.
다른 사람의 발에 의존하는 한, 그 발이 없어지는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 그것이 동기 3.0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역지사지해 보면, 우리 구성원들의 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잘 설계된 시스템도, 아무리 좋은 리더도, ‘변화의 결정’만큼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결국 구성원들의 엉덩이는, 그들의 내재적 동기(동기 3.0)에 기반해, 그들이 계속 걷어차야한다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면 (또 차이면 안 되니) 잠시동안은 그 자리를 벗어나겠죠.
하지만 좀 지나면 기웃거리다 결국 다시 그 비슷한 자리로 돌아오는 게 사람입니다.
외부적 자극은 일시적 '이동'은 만들 수 있겠지만 영구적 '행동' 변화는 만들 수는 없습니다.
즉, 리더가 직원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스스로는 바뀔 수는 있습니다.
변화는 그들의 동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잔소리, 조언, 인센티브, 교육의 효과도 비슷합니다.
처음엔 '아, 그래야겠구나' 싶어서 며칠 정도는 다르게 행동하지만 며칠 지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머물러 있던 습관의 중력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고 제공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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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츠버그가 말하는 동기요인들 —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도전적 과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 의미 있는 일, 책임감, 성장 기회—은 리더가 구축해야 할 환경과 문화의 좋은 예시입니다.
그것들을 만들어주고 나서, 원하는 방향의 변화를 넛지(nudge)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환경 위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구성원들에 한해, 그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현명한 리더라면,
변화에 민감하고,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빠르게 학습하는, 좋은 구성원을 뽑고,
구성원들이 변화를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한 후,
변화를 권장하고 독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