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자주 쓰지만 실제로는 혼용되기도 하는 역량과 스킬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해 봅니다.
역량의 바이블 격인 출간 도서 * 핵심역량모델의 개발과 활용(Competence at work)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상당수 담겨있습니다.
역량(competency)은 특정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보이는 차별적인 행동 특성을 말합니다. 역량이라는 개념은 Harvard 대학의 교수였던 심리학자 David Mcclelland(1917~1998)에 의해 창안되었는데요.
Mcclelland 교수는 기존의 전형적 학업성취도 검사나 적성검사 등이 업무성과나 성공여부를 예측하지 못하고, 소수 민족이나 사회적 약자 층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에 기반해, 평가의 편향을 배제할 수 있으면서도 직무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특성을 정의했습니다.
McClelland 교수는 조직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 특성인 역량을 밝혀내는 역량평가 방법론을 고안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1963년 Mcber and Company라는 컨설팅사를 창업했는데요. 당시 이 기업을 소유하고 있던 모기업이 1984년에 Hay Group까지 인수하며 Hay Mcber company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콘페리에 인수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Korn Ferry Hay Group이 되었죠.)
1973년, Mcber and Company는 미국 해외정보국으로부터 요청받은 기존 직원 선발기준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선발도구의 개발 프로젝트에 이 '역량'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방법론을 적용했는데요. 당시 McClelland 교수가 개발한 방법론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1) 준거표본의 사용 : 직장/사회생활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비교해 성공과 관련된 행동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정보국 내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리더그룹 직무 수행자의 특성과 평범한 성과를 보이는 직무 수행자의 특성을 비교하여, 우수한 업무 수행자의 행동에서만 나타나는 행동 특성을 정의했는데요. 이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검사 도구를 발굴해 각 행동특성을 점수화하고, 역량 검증의 표준절차를 만들었습니다.
2) 성과창출(성공)의 원인이 되는 자발적 사고와 행동을 정의 : McClelland 교수는 기존의 객관식 다지선다 항목에서 답안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피검자 스스로가 실제 상황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혹은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행동했던 것을 파악해 정의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우수한 성과의 초급 해외공보 요원의 차별적 행동 특성은 1) 이문화 간 대인감수성, 2) 타인에 대한 긍정적 기대, 3)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신속히 파악하는 능력이었다고 합니다.
역량은 이처럼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knowledge, 스킬 Skill, 그리고 다양한 내적/심리적 특성들을 포함하는 개념입니이다. 여기서 내적/심리적인 특성이란 개인의 동기나 특질과 같이 어떤 상황에서 개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개인의 고유한 성격적 특성들을 말하는데요.
각각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 동기 motives :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
ex.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스스로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감이 크다.
. 특질 traits : 신체적 특성 혹은 일관적 반응성
ex. 신속한 반응력과 좋은 시력은 조종사 성과에 중요한 역량이다.
. 신념 self-concept : 태도, 가치관, 또는 자기에 대한 이미지, 자기확신 등
ex. 자기 확신, 성장 마인드셋은 불비한 여건에서도 성과를 창출하게 돕는 특성
. 지식 knowledge : 특정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
ex. 인체의 신경과 근육에 대한 이해는 외과의사의 성과에 중요한 지식
. 스킬 skill :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능력
ex. 50,000행 코드를 논리적이며 순차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은 sw개발자 성과에 중요한 스킬
미국 인사관리 협회인 SHRM에서는 역량의 개념을 지식 knowledge, 스킬 skill, 능력 ability, 다양한 심리적 특성 other characterisitics을 종합한 KSAO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A competency refers to a cluster of knowledge, skills, abilities and other characteristics (KSAOs) needed for effective job performance.
이 역량의 개념, 그리고 KSAO의 개념을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을때 정의가 와닿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저는 아래와 같이 개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 Knowldege 지식 : 아는가? - 경험, 학습, 조사를 통해 알게된 정보
Knowledge is information developed or learned through experience, study or investigation
* Skill 스킬: 일/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가? - 지식과 능력을 특정 과업과 직무 현실에 적용한 결과
Skill is the result of repeatedly applying knowledge or ability.
* Ability 능력: 해낼 수 있는가? - 일을 완수할 수 있는 선천적인 잠재력, 정신적 + 육체적 능력을 포괄
Ability is an innate potential to perform mental and physical actions or tasks.
아래 표는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이춘우 교수님의 역량에 대한 설명인데요.
토끼와 거북이 우화로 역량의 개념을 무척 쉽게 설명해 두셔서 개념을 이해하는데 유용합니다.
우화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역량은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보시죠.
스킬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반복적으로 현실에 적용한 결과로 생긴 굳은 살(?)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기량이랄까요? 이 숙련도의 개념이 스킬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춘우(2022) 교수님은 이 스킬의 개념을 기량이라고 해석하고, 스킬의 개념 또한 능력 + 숙련도라고 언급하시기도 했습니다.
스킬을 일반적으로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로 구분하는데, 이렇게 명명하게 된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1960년대 말 심리학자들은 미군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훈련 체계를 확장했는데, 총기나 탱크같은 무기를 활용하는 능력을 높이는 기존 훈련에서 벗어나, 지휘관과 부하의 소통능력, 소대원들 간의 협동 능력이 전투력을 높인다는 가설에 기반해,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당시 심리학자들은 총기와 탱크 같은 '딱딱한' 금속성 무기를 다루는 숙련된 기량을 하드 스킬(hard skill)이라 불렀는데, 그와 반대되는 (금속성 무기와의 접촉과는 무관한) 리더십, 소통 등의 사회적, 행동적, 감성적 업무 기량을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애덤 그랜트의 '히든 포텐셜'에 나옵니다.
소프트 스킬(Soft Skill)
소프트 스킬은 대부분의 직업 분야, 기능(function)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테크니컬하지 않은 스킬(nontechnical skill)입니다. 가령, 대인관계 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킬, 경청 스킬, 리더십 스킬 등이죠.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로 업무에서는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하드 스킬(Hard Skill)
하드 스킬은 좀 더 전통적인 유형의 스킬로, 특정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인 스킬을 말합니다. 군인에게 탱크나 무기를 다루는 스킬처럼요. 테크니컬 스킬(Technical Skill)로도 불리죠. 이 스킬은 직무별로 특화된 스킬로 각기 다른 직무에서는 각기 다른 하드 스킬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개념이 학계 뿐 아니라 실무 현장에서는 많이 혼용되고 있는데요. K,S,A,O 각각의 개념도 혼동되어 쓰이고, 각각의 개념을 호칭할 때에도 역량이라는 워딩과 섞어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원 개념이 한국어로 임의 번역되면서 의미가 섞여 그런데, 이미 혼용되어 통용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그 개념의 탄생과 연관된 중요한 특성을 가지는데요.
하나는 인과성이 있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내부 준거에 기반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역량은 특정한 상황이나 직무에서 입증된 고성과자의 내적 특성입니다. 역량에 기반한 접근은, 적임자를 선발해 배치하는 HR의 진일보한 성과를 가져온 게 사실인데요. 역량의 개념이 없던 과거에는 직무분석을 통해 일의 성격, 즉 직무의 세부 과업을 나누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 등을 규명해 지원자의 적합성(fit)을 측정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측정 결과와 직무성과를 관련성은 쉽게 입증할 수 없었다고 하죠.
반면 역량은, 귀납적인 접근을 통해 고성과와의 관련성을 높였는데요. 역량을 도출하는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역량을 도출할 때 1) 그 조직의 우수성과자의 성과(결과)에서 출발해 2) 그 성과를 만든 행동과, 3) 그 행동의 의도를 역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뒤집어 보면, 특정한 의도에 기반하여 특정한 행동을 실천하면 우수한 성과에 이를 수 있다는 연역적 인과성이 생기는 것이었죠.
이처럼 역량은 특정한 동기, 특질, 자기 개념 등이 결합된 의도(intent)에서 출발합니다.
그 결과로 스킬(Skill)이나 특정한 행동(behavior)이 발현되며, 그 결과로 직무 수행의 성과(result)가 창출되는 거지요. 즉, 역량의 개념은 의도 → 행위 → 결과의 인과성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의도와 행동의 인과성이 명확히 확인되면, 그 결과로 창출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때문에 개인의 특성/의도에 대한 심층적 이해 없이 역량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즉, 어떠한 행동이 관찰되었다 하더라도, 그 행동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역량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겠네요. 그래서 면밀한 평가 도구를 사용하여 어떠한 의도에서 어떠한 행동이 발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량은 실제 고성과자와 평범한 성과자의 표본을 비교해 도출되는 개념이라고 했죠. 즉, 현실에서 의미 있는 성과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역량 연구에서 주로 사용되는 준거는 우수한 성과 수준(일반적으로 평균보다 1 표준편차 높은 수준)과 효과적인 성과 수준(최소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과 수준)이며, 이 차이는 통계적인 방법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수한 성과 수준이라고 하면 우리 회사의 특정 직무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을 잘 한 사람들의 공통적이고 특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반적으로 역량은 두 가지로 범주화되는데요.
첫 번째는 그냥 효과적인 성과 수준에 기초한 한계 역량 (threshold competency),
두 번째는 우수한 성과 수준에 기반한 차별적 역량(differentiationg competency)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위해서는 모델이 되는 우수한 성과자의 표본이 필요합니다. 그 표본 간 차이를 측정해 얻어진 데이터는 기업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데요. 가령, 투자 수익률(ROI) 관점에서 우수한 영업 사원의 평균 실적과 평범한 영업사원의 평균 실적의 차이를 비교해 얻은 역량의 차이에 대해 조직은 더 효과적인 보상 및 채용의 준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육성 관점에서도 우수한 성과자의 역량 - 즉, 차별적 역량 - 을 기준으로 직원의 역량을 개발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역량을 기준으로 인사운영의 기준을 잡는 기업들을 우리는 "역량 중심의 HR"을 한다고 말합니다.
선발도 역량을 기준으로, 육성도 역량을 기준으로, 평가도 역량을 기준으로 하는 기업들이죠.
다소 쉬울 수도, 혹은 어려울 수도 있는 개념인데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