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콩쥐팥쥐>, 방송 <동상이몽>성형중독에 걸린 딸 편
<표지> 작은위로/이해인 수녀 시집, 표지일러스트 GOOROOVOO.
나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다.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할 수록 나처럼 콤플렉스로 몸부림 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외모'에 대한 차별대우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 나라 설화 중 「콩쥐 팥쥐」는 정말 잘못 알려진 이야기중 하나이다.
한마디로, 콩쥐가 예쁘고 착해서 행복해진게 아니었단 거다.
콩쥐와 팥쥐는 시종일관 갈등하고 성격도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이름이나 인물 관계에서 둘이 '하나'임이 드러난다.
팥쥐는 콩쥐의 열등한 인격으로, 콩쥐가 성숙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반드시 상실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콩쥐는 단 한 번도 선행을 하지 않았다.
계모의 괴롭힘에 저항 한 번 안해보고 주어진 과제를 버거워하며 울기만 하는 연민의 대상이다.
그리고 모든 과제를 조력자 도움으로 해결한다. 팥쥐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결혼한 후 남편이 "목욕하러 가지 마라."고 일렀는데도
팥쥐의 꼬임에 넘어가 물에 빠져 죽고 '부인'의 자리를 빼앗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래동화에서 콩쥐가 결혼한 이후 이야기를 빼는 바람에
이야기가 가진 힘을 반 이상 잃고 말았다.)
콩쥐가 죽고나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까지의 이야기는,
자신의 미숙한 인격인 팥쥐와 분리되고 소외됨으로써 비로소'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콩쥐는 죽은 이후 비로소 남편인 감사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힌다.
콩쥐가 온전한 주체로 거듭난 후에야 팥쥐를 처벌하고 자기 자리를 찾는 것이다.
일부 인용 : 한국 전래동화의 새로운 해석 / 노제운, 202,208,276,278쪽.
참고 : 다시 읽는 옛이야기3 콩쥐팔쥐 / 임석재.
그러니까 '콩쥐팥쥐'는 콤플렉스 극복에 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팥쥐가 못 생겨서 예쁜 콩쥐에게 진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외모 콤플렉스 극복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나는 내 못난 면을 스스로 알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말로 상처를 받은 후 인식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내 못난 점을 계속 들추고 남과 비교하곤 했다. 콤플렉스가 점점 더 나를 괴롭혔다.
물론 나를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과분한 칭찬을 하면, 그를 의심부터 했다. 한편 누군가 나처럼 못난 면을 가지고 있으면 동질감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친구가 콤플렉스 때문에 힘들어 하면 그렇지않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말로 내 콤플렉스가 없어지지 않았다.
또한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에 대해 툭툭 상처주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있다. 또 나에게는 외모콤플렉스를 이길만한 특별한 면이 절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는 거울을 보면 볼 수록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사진이라도 찍으면 더 끔찍했다. 나는 도대체 구제불능 같았다.
못 생긴 얼굴이 자꾸 나한테 덤비고 있네.
야 이 자식아 그만해. 그만 좀 못생기란 말이야.
나의 못 생김은 얼굴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몸매는 더하다고. 그렇다고 머리는 좋은 줄 아나? 뭐하나 나은게 없는데 너까지 왜 이러냐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돈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살기만 했기 때문에 성형할 여력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나만큼 콤플렉스가 있다면 성형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지난 7월 11일 방영한 SBS방송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12회
'성형중독에 걸린 딸' 편을 보자.
<다시보기>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22000007274&pgm_mnu_id=32105&pgm_build_id=9001&contNo=et2124f0001200&srs_nm=12
임소영 양(이하 소영)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이다.
소영이는 새벽2시에도 잠들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얼굴을 가꾼다.
소영이는 친구에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묻고, 끊임없이 거울을 본다. 친구는 성형을 더하면 티날 것 같다지만,
소영이는 그저 웃는다. 또한 수업시간에 화장을 하는 등 그 관심이 다소 지나치다.
소영이는 수업이 끝난 후 병원에 간다. 소영이는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눈, 코, 턱 등에 대해 성형 상담을 받는다. 소영이는 의사에게 반복하여 성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의사는 소영이가 아직 어려 외모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고, 흉터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커진다고 성형을 말린다. 그러니 일단 수술 생각을 접으라고 한다.
소영의 아버지도 딸에게 당해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꾸지람을 하기 보다는 지켜본다. 소영이의 설득에 못 이겨 눈 성형을 한차례 해주기도 했다.
소영이의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소영을 말린다.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이다. 소영이를 윽박지르고 혼낸다. 그러다 몇 차례 딸을 병원에 데려가 성형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소영이는 더 원했다. 어머니는 방송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한편, 소영이는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외모에 대한 공격적인 말을 들은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 후 자기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꾸 거울을 들여다 본다고 했다. 길거리에 지나가다 누군가 욕을 하면, 자기의 못생긴 얼굴 때문에 그랬다고 착각할 정도란다. 죽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성형을 마음에 들게 할거면 어서 빨리 하고싶다고 한다. 예뻐지기 위해, 햄버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열심히 돈도 벌었다.
이런 소영에 대해 연예인들 반응은 다음과 같다.
유재석은 소영의 행동을 가볍게 지적하며 시종일관 소영을 웃게한다. 다만 소영이 새벽에도 일어나 얼굴 관리를 하니 피곤하여 언제나 기분이 안 좋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다. 다음 날 소영이 퍽퍽퍽, 거칠게 화장을 하자, 그러다 얼굴이 더 붓는다고 농담처럼 조언한다.
서장훈은 자신의 부모님께서 자기더러 못생겼다고 하며 누구 닮았는지 서로 미루며 싸우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또 소영이 신체비율이 좋다며 몸을 가꾸라고 한다.
장영란은 자기 눈이 작아서 별명이 많았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성형 부작용을 겪은 지인의 일화도 소개한다.
김구라는 소영이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방송을 했을 때 독해보이는 인상이었음을 고백한다. 생각이 달라져야 예뻐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영이에게 상처준 남자아이의 인성이 잘못되었다고 짚어준다.
홍진영은 소영이가 한 눈 수술이 이른바 '다이아몬드 트임'이라며 재미를 이끌어 낸다. 또, 턱을 성형하고싶어하는 소영에게 다가가 "이정도면 보톡스로 해결되."라고 한다. 또 자신이 눈과 코를 성형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현재 '성형괴물'이라는 비난이 따라다닌다며 성형을 하기 전에 감수해야할 것을 말한다.
허지웅은 소영의 웃는 모습이 완전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그러나 소영이 습관적으로 어머니에게 심하게 말하는 것을 지적한다.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할 말은 부모님에게 더욱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자동차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비유도 한다.
하니는 소속사에서 성형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다. 데뷔 이후 외모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 상처받은 일도 이야기한다. 또한 그때 어머니께서 손편지를 써주셔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각인해주셨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자신은 현재 성형을 하지 않았고, 성형을 말려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한다.
소영은 외모 콤플렉스로 고통스러워 하고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 또 그 원인도 알고 있다.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방법이 잘못 됐다. <동상이몽> 출연자들 역시 소영이와 부모님의 고통을 공감하였다. 그래서 2년동안 성형하지 않기를 입을 모아 권유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영의 외모 콤플렉스 원인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받은 상처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단 것이다. 이날 방송은 소영이의 상처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모두들 소영이가 자신감을 되찾기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성형'이 잘못 되었다고 집중했다. 하니가 자기 어머니의 사례를 들어 소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니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인 소영 어머니와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프로그램 말미에 소영 어머니가 하니 어머니처럼 소영에게
"너는 정말 소중하단다."
말하는 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출연자들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외모만이 자신을 세우는 유일한 도구'로 생각하는 소영이의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성형하지마,라는 이유로는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게 뒤로 물러난 것 같아 안타까웠다. 헤어스타일이라던가, 마음을 곱게 쓰는것 정도 미모를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해도해도 만족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영이에게 필요한 조언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콩쥐팥쥐로 돌아가보자.
못난 팥쥐가 고운 콩쥐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기세등등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못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기의 못난 점에 집착하면 자기 자신의 나머지 장점을 잃기 쉽상이다.
소영이는 의사가 더 성형할 필요 없다는 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콩쥐가 감사 남편 말 안 듣고 팥쥐에게 자기 자리를 빼앗겼듯이
소영이는 마음 속 못난이에게 자기 자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럼, 소영이는 자기안의 팥쥐를 어떻게 몰아내야 할까? 팥쥐가 되어 소영이를 위해 연애인들이 한 말에 대꾸해보도록 하겠다.
소영아 넌 충분히 예뻐.
- 아니오, 저 하나도 안 예쁘다니까요? 진심 아닌거 알거든요?
소영아 그런데 너 말투가 그게 뭐니?
- 네, 저 얼굴도 못 생겼고 성질도 더럽습니다.
소영아 넌 성형하기에 너무 어려.
- 어른되서 할게요. 그럼 되는 거죠?
소영아 내가 성형을 했는데 몇 군데 안했는데도 부자연스럽다고 욕을 먹어.
- 성형괴물도 저보다 낫다고요. 당신이 저보다 아름답잖아요.
소영아 몸매를 가꾸어 보는 건 어때?
- 저 운동 그만 두었다고요. 운동하는 거 정말 힘들어요.
소영아 나도 너같이 외모에 불만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만족한단다.
- 지금 미치겠는데 나중에 만족하는게 무슨 소용인가요?
소영아 우리 엄마가 나더러 성형하지 말래서 안했는데 지금은 어머니께 감사해.
- 우리 엄마는 당신의 어머니와 다릅니다. 저더러 당신의 어머니를 부러워하란 소리인가요?
소영이는 9월 26일 추석 특집<동상이몽>에도 나왔다.
어머니는 직장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소영이는 방송 이후에 성형에 대한 생각을 접고 제과제빵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에 대해 연예인들은 입을 모아 기뻐하였다. 그걸 보며 팥쥐는 화가 치밀었다.
<동상이몽>이 그런 식으로 소영이를 계몽시킨 데에 분노했다.
단지 한 번의 방송 출연만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는가?
나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영은 당장은 괜찮을 지 몰라도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팥쥐는 소영이가 약해지길 바랄 것이다.
자꾸 거울 속에서 실제보다 더 못나보이도록 눈에 뭐를 씌울 것이다.
그리고 삶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
고통의 원인과 극복 가능성을 아는 것 외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로, 변화가 요구되는 사람이 지향하는 삶에 상응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까치, 230쪽.
나는 소영이 생활 모습을 보면서 거울을 깨버리고 싶었다.
왜냐하면 거울을 보면 볼 수록 못나 보이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면 횟수를 줄여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되고 싶은 '예쁜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누구의 모습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선 안된다. 비교도 금물이다.
오로지 자기가 가진 매력 안에서 예뻐지도록 단련해야 한다. 성형? 하고싶으면 하라.
대신 의사 말대로 2년 기다려야 한다.
친구와 <동상이몽> 연예인들 말대로 성형한 이후에 비난과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면 성형이 문제겠는가?
또한 자기를 상처주는 말을 한 그 남자애와 싸우라고 하고 싶다.
자신을 몇 년동안 고통 속에서 살게 한, 마음 속 그 녀석에게 이겨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네가 뭔데 내 얼굴 보고 욕을 하니? 너 진짜 나한테 혼나볼래?"
그 남자애 말고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외모에 대해 상처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소영이가 잘 알고 있듯 세상이 외모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약해지는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
콩쥐가 팥쥐를 귀양보내듯이 혼쭐을 내줘야 한다.
"못생긴게 죄야? 너는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너 싫어!"
소영이는 공부를 못 하고 자기 외모에도 자신이 없었다.
아무 상관없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타고난 사람들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기의 삶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낮아질 때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하다면 그건 반대로 살아갈 의욕이 철철 넘친다는 것이다.
소영이는 미용실에서 붙임머리를 하기위해 한 달동안 햄버거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기를 위해 노력한 경험이 많을 수록 마음이 튼튼해진다. 바로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콩쥐가 팥쥐보다 나은 점은 얼굴이 아니라, 죽고 새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죽기살기로,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소영이가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두 손 모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