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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기린 Nov 10. 2015

수능 문턱에 있는 당신에게

방송<무한도전>바보전쟁 편,그림책<까마귀소년>

 <표지>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비투스 B.드뢰셔, 174쪽 삽화.


나는 한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요사이 누가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 어떻게 해요. 미래가 정말 걱정이에요."


그 학생은 수능을 망치면 좌절 것 같다고 했다.

공부를 못하니 취업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고 당연히 돈도 잘 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정작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제대로 한 적 없다. 좋아하는 학문 분야를 깨달은 건 20대 중반에서였다.

게다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 적 없다.

그런데 나보다 수능 점수가 40점 낮았던  지인이 나보다 3,4배 돈을 더 잘 번다.

다 돈을 3,4배 잘 버는 그가 나보다 3,4배 행복할까? 하는 질문에 그는 아마 아니라고 할 것이다.

성적이 행복순이 아닌 것처럼 행복도 재력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내 수능 점수보다 50점가량 많았던 분들과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그 분들은 내 정체를 아예 몰랐다. 알았더라도 아마 상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발등에 떨어진 지식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 깨달은 것이, 지식에 가치를  사람일 수록  위축되기 쉽단 거다.

왜냐하면  공부를    자괴감에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나 알면 모르는 것 하나가 또 나오고, 둘을 알려고 하면 하나를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고, 셋을 알면 넷과 다섯이 숨을 조여오는 경험을 나 또한 다. 나 역시 한창 공부에 빠져있을 때, 머리를 퉁퉁 때리며 속상해하곤 했다.


그래서 오늘은 지식 때문에 자꾸만 기죽는 사람들을 위해,

특히 수능의 문턱에서 잔뜩 작아진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먼저, 무한도전 '바보전쟁' 편 소개한다.

<참고> http://www.imbc.com/broad/tv/ent/challenge

'바보전쟁'은 무한도전 449,450,451회에 방송하였고,

2015년 10월 10, 17, 24일 방영하였다.


어느 날 바보 어벤져스 입단테스트가 열렸다.

홍진경은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식이 모자라기로 유명했다. 그렇지만 '바보전쟁' 출연을 하기에 자신은 맞지 않는다고 우겼다. 그러다가 와신상담이 답인 퀴즈에서 답으로 '와발둘담'을 쓰고 말았다.


홍진경과 함께 테스트를 한 황광희도 히읗을 히긋, 히귿이라고 하는 등 부족한 면을 보였다. 와신상담을 '와족곡담'이라고 하였다.

은지원은  바보전쟁 출연 제의를 하자 자신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거부했다. 그런데 테스트를 하자 촌철살인을 '핵돌직구'라고 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3대 영양소를 '의식주'라고도 하는 등 답을 모두 틀린다.

 

솔비는 '수박 겉핥기'의 '핥'을 처음 보았다고 하고 동서남북을 영어로 하란 말에 Dong이라고 소리나는 대로 적었다.

심형탁은 진지한 역할을 자주 연기한 배우이지만 고양이로봇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바보전쟁' 출연을 제의하러 간 자리에 어디서 옷에 흙을 묻히고 오고 10분동안 모르고 시종일관 "허허허허" 웃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바보어벤저스가 모인 자리에서 장기자랑으로 외계인 노래 "뚜찌빠찌 뽀찌"를 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간미연은 고등학생 때 수능 전날 인터뷰에서 rose를 lose로 썼다가 20년 동안 사람들 입방아에 올랐다. '바보전쟁' 출연을 제의하러 간 자리에서도 '2-2÷2=?'를 0이라고 하는 등, 여전한 면을 보였다.

채연은 오래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2+2X2'의 답을 6이 아닌 8로 선택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눈물 셀카'를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며 심각한 설명을 써서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바보전쟁' 출연을 제의하러 간 자리에서 만델라의 사진을 보고 '링컨'이라고 하며 '윌슨 만델라'라는 오답을 기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민은 '오매불망'을 '오메가'라고 하고 '눈을 부라리며'를 '부랄이며'로 적는 등 예능인으로 활약을 해왔다. '바보전쟁'의 기획자 하하와 퀴즈 대결을 하며 비슷한 류의 활동을 한 연예인으로써 실력을 겨루었다. 그러나 둘은 막상막하로 승부를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바보 어벤져스가 모였다. 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편집없이 있는 그대로 방영해도 괜찮다고 하였다. 바보 어벤져스는 창단식을 하며 다같이 장기자랑을 하고 선서도 했다.

바보 선언문의 각항은 다음과 같다.

하나, 나는 부족한 지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겠습니다.

하나, 나는 모르면서도 일부러 아는 척 하지 않겠습니다.

하나, 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보고, 최선을 다해 배우겠습니다.

하나, 나는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공부를 한다. 집중력이 없다고 고백한 은지원에게 하하는 그림이 많은 책으로 공부하라고 조언을 한다. 그리고 전화위복을 전하위복으로 착각한 홍진경에게 솔비는 이거 모르는 사람 많다며 어떻게 다 기억하고 사냐고 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생각을 고쳐먹는다.


그 후 자기들끼리 퀴즈 대결을 한다. 하하와 김종민을 홍길동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당의 답을 둘다 '무가당'으로 말한다. 힌트로 'ㅎ'으로 시작한다고 하자 하하는 '홍길당'이라고, 김종민은 '호구당'이라고 한다. 박나래는 국가의 3요소를 '땅,돈, 물'이라고 쓰고 홍진경은 유레카를 '빙고'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런 부족함 자체에 대해 명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채연은 '재미'를 위해 부족한 모습을 지적해온 동료 연예인들이 미웠다고 했다.

김종민은 촬영을 하고 있을 때 한 취객이 자신에게 '멍청이'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고 하였다.

솔비는 자신의 진심을 보지 않고 지식으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이 미웠다고 했다.

그리고 심형탁은 고등학교 때 아이큐 검사 결과를 친구들 앞에서 말한 선생님을 용서한다고 했다.

간미연은 늘 부족한 것 같은 자신이 미웠다고 하였다. 늘 부족하고 남들보다 못하는 것 같고 자신감도 없고 빈틈이 있는 자신이 미웠다고 했다. 하지만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주 뒤,  바어벤져스는 그들보다 조금 낫다고 알려진 다른 연예인들과 퀴즈 대결을 벌였다. 

대결에 나온 김구라는 바어벤져스에게 어벤져스(Avengers) 스펠링을 묻고 No Mercy!(자비 없다!)라고 외치는 등 도발을 하였다. 바보 어벤져스 중 어느 누구도 'No Mercy!'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바보어벤져스가 퀴즈 대결에서 이겼다. 바보 어벤져스에게 유리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김구라, 전현무 역시 알고 있는 것을 헷갈리거나 제대로 몰라 퀴즈에서 답을 맞추지 못했다.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조차도 그럴 수가 있단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니 그 어느 누구도 무시해선 안되는 것이다. 틀릴 수 있지 않은가.


인생에서도 그렇다. 대학이라는 커다란 관문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능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한다면 참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인생의 패배로 절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림책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이다.

한 학교에 아주 작은 아이가 있었다. 입학식날 학교 마룻바닥 밑에 숨어있던 아이였다.

아이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모두 무서워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이는 사팔뜨기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보기 싫은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말이다.

는 학교에서 시간 보내며 심심풀이할 방법들을  궁리했다. 책상의 나뭇결을 골똘히 살피거나 창밖을 보았다. 운동장에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그 아이는 아이들이 모두 바보 멍청이라고 놀렸지만 날마다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에 왔다.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부는 날에는 도롱이를 몸에 두르고 걸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아이를 좋아했다.

그해 학예회 무대에 아이가 나타나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생님은 아이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낼거라고 발표했다.

맨 처음에 아이는 알에서 갓 깨나온 새끼 까마귀 소리를 흉내냈다. 그 다음엔 엄마 까마귀 소리, 아빠 까마귀 소리도 냈다.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들 소리, 마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까마귀들이 어떻게 우는지 들려주었다. 까마귀들이 즐겁고 행복할 때 어떤지도 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 소리를 냈다. "까우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워아악!"

선생님은 그리고 아이가 어떻게 해서 그 소리들을 배우게 되었는지 소개했다. 아이의 반에서 6년 개근상을 받은 아이는 그 아이 하나였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 "그래그래, 참 장한 아이야."


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들이 그 아이를 마주치면 모두 "까마동이"라고 불렀다. "안녕, 까마동이!"

그러면 까마동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글을 읽는데 별 시간이 안 걸렸다면 당신은 아마 언어능력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No Mercy!라는 말을 안다면 나보다 영어실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단 한 번도 수리영역 점수가 반타작을 넘긴 적 없었다.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부족한 지식에 기가 죽는다면, 그까짓 수능이 인생을 잡아먹을 것 같다면


나는 한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까마귀 소리다.


 '까마동이'처럼  외쳐보자.


 "까우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워아악!"

 "까우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워아악!"

 "까우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워아악!"

어쨌든 장담하건데

수능이 지나지금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힘내. 잘 할 수 있어.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껏 열심히 했잖아.

나는 여기서, 무조건 당신의 인생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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