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발굴단 '표지훈'편, 시집<새는하늘을자유롭게풀어놓고/황인숙>
<표지>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황인숙 시집 표제지.
TV에 나와서 재능을 뽐내는 아이들을 보면 아무리 잘해도 안쓰러운 느낌이다.
혹시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상처받는 아이들이 있을 까봐 그렇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재능이 있을 때 나는 다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지난 6월에 SBS<영재발굴단>에서 국악신동 표지훈 편에서, 같은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참고> SBS 영재발굴단 14회, 2015.6.24 방영.
표지훈은 대통령 취임식 무대에도 섰던 아이이다.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도 인정한 '국악 신동'이다.
그런 지훈이 뒤엔 '열혈 매니저'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낮엔 간호사 일을 하고, 밤엔 부업을 하며 지훈이의 레슨비를 댔다. 지훈이가 제일 잘하는 '상모돌리기' 외에 장구, 민요, 태평소, 무용 등 국악 여러 분야 수업을 하게 하였다. 지훈이가 집에 귀가하면 밤9시반이다. 그러나 지훈이는 밤늦게 집에 와서도 연습을 해야했다. 엄마는 장구로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자 실망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상대로 지훈이는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노규식 의학박사는 지훈이의 우울증을 진단했다.
또한 노규식 박사는 지훈이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여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지훈이 엄마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하였다.
이대로라면 영재성을 망칠 수 있단 것이었다. 외로움 등의 이유에서이다.
잠시, 시 하나 소개하겠다.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 황인숙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
(탄식과 허우적댐으로
떠오르게 하는)
이파리를
떨군다.
…중략…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황인숙,문학과지성사, 52쪽.
나무가 이파리를 떨구면 이파리는 죽음을 맞는다. 자신을 푸르게 하던 생명을, 나무는 왜 떨구었을까?
그것은 나무가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다음 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면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국악신동 표지훈' 편이 나가고 많은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같은 마음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례적으로 '표지훈 편'이 다시 방영되었다.
지훈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참고>SBS 영재발굴단 18회, 2015.7.22 방영
지훈이는 지난 인터뷰 때 노규식 박사에게 '민요' 에 대한 부담에 대해 털어놓았다.
다행히 지훈이는 한 달이 지난 후에는 민요를 배우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합기도'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자전거 타는 시간도 가졌다.
엄마의 강압적인 태도도 없어졌다. 큰 대회가 있는 전날에도 연습을 강요하지 않았다.
지훈이가 스스로 연습을 하자 도와줄 뿐이었다.
엄마는 연습 당일 날에 격려를 하며 긴장도 풀어주었다.
그리고 지훈이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공연을 한다.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서 최선을 다한다.
이는 누가 보아도 감동일 것이다. '영재발굴단' 진행자는 물론 손님들까지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시의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황인숙,문학과지성사, 91쪽.
지훈이의 공연을 보고 함성을 지른 이는 지훈이의 엄마이다. 한달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 번엔 지훈이가 실수를 했을 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번엔 안타까워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훈이가 공연을 끝내자 말없이 안아준다. 그러나 밝은 얼굴이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어린 지훈이는 운다. 달려가 엄마에게 안겨 위안을 받는다.
이 방송을 통해서 느낀 것이 있다.
'재능'을 키우는 것은 오직 '즐거움'인 것을 말이다.
연습을 하란 엄마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에 숨쉴 틈을 주어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 지훈이에게도, 지훈이 엄마에게도 이 방송이 큰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훈이가 행복하게 자기 날개를 펼치며 살길 하염없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