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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pse Sep 21. 2015

시간을 지배하는 자_상편

첫번째 여정, 시간을 담보잡힌 자

회사에 다닐 때 내 시간은 회사에 담보 잡혀있었다. 그 댓가로 난 OO전자 선임이라는 직함을 부여받았다. 미리 잡은 약속에 대해서는 야근의 불확실성으로 초조했고, 문제가 터지거나 회사 방침이 바뀔 때면 주말 또한 자유롭지 못 했다.

회사방침은 자유자재로 바뀌었다. 아니 회사의 방침이 아니라 사람의 방침이었다. 어느 날엔 야근을 안 한다며 압박이 오고 어느 날엔 스마트하게 일하라면서 퇴근을 종용했다. 그러지 않아도 일이 많으면 자연스레 야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자연스레 일찍 가는 삶을 사실 난 일찌감치 택했다. 그래도 5시 땡 하는 칼퇴는 연중행사였다.

자유롭지 못한 삶에 회의가 왔다. 다른 이들에 비해 일찍 가거나 혹은 자율 출근으로 늦게 출근하거나 보건휴가도 꼬박 꼬박 썼지만 내 몸은 늘 경고등이 울리 듯 깜박 거렸다.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발하는 신호였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운동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났다. 체력은 늘었지만, 일하기 위한 체력이 아니었다. 놀 때의 피로감은 덜 했지만 일 할땐 무력감이 더해졌다. 병원에 갔다. 한달간 약을 먹었다. 약은 그냥 내가 아프다고 증명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아침이 오는 것이 점점 두려워졌다.

그렇게 6개월을 버텼다. 한계에 다달았다. 절벽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절벽을 뛰어내리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때 언니가 말했다.

"죽을만큼 괴로우면 출근해서 그만둔다고 말하고 와."

절벽을 등지는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3개월의 휴직을 하게 되었다. 처음 2달은 쉬면서 심신을 달랬고 그 후 미국여행을 가게 되었다. 5주 간의 여행에서 계속한 생각이 있었다.

"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다."

그리고 내 청춘을 회사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15일의 연차가 3주의 휴가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내 삶이 놀라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돌아갈 수 있는 회사가 있어 감사하기도 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마음을 먹었으니 한동안 열심히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로 돌아갔다. 한국으로 오던 환승장인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펑펑 울고는. 결국 회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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