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강산 Sep 15. 2023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더 해빙>과 <행복의 기원> 다른 성향의 두 책이 던지는 동일한 메시지

"Having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에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셨지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부자가 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이것이에요. 
《더 해빙》47p


<더 해빙(The Having)>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부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하지만 여느 재테크 서적들처럼 실생활에 적용할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부자가 되는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단돈 1달러라도 ‘지금 내게 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해빙의 시작이다” 

“돈을 편안하게 기분 좋게 느끼면 나와 우주가 편안한 주파수로 연결된다”

뇌과학이나 경영학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했다고 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내용은 다소 모호하고 뜬구름 잡는 것처럼 들린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얘기를 들려주는 책이 40만 부 이상 팔렸다는 사실은 내게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부를 쌓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입소문이 SNS를 주임으로 퍼지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의 탄생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교감하는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출판사 얘기처럼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 없이 40만 부 넘게 팔려나갔다는 건, 이 책이 당시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환경에 맞닥뜨린 일반인들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직접 읽어보고 역시 '이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릴 만한 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전혀 다른 장르의 두 책이 풍기는 분위기가 몹시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더 해빙>이 돈이란 현실적인 주제에 명상하듯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행복의 기원>은 행복이란 뜬구름 잡는 주제를 생물학적으로 파고든 책이다. 서 교수는 누군가는 인생의 목적이자 최고선이라고 생각하는 행복이 그다지 고상한 가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행복론은  "행복 또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서 교수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라며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이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빼놓을 순 없다. <행복의 조건>에서도 돈을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외모, 건강 등과 함께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과 행복의 관계를 다룬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행복의 기원> 114P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느끼고 평가하느냐가 행복감을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부자가 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더 해빙>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富)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생계 부담을 내려놓고 더 이상 싫을 일, 남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자유'를 갖게 된다면 삶의 질은 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올라갈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많은 자유를 갖는다는 건 분명 행복해지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돌아보면 행복, 정확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찰나'에 불과하다. 뭔가 뿌듯하고 내 안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 이 느낌은 황홀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라고 강조한다.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과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 이질적인 듯한 두 책이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이다. 물론 나 같은 범인(凡人)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시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기란 쉽지 않다. 


회사를 나온 뒤로 45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엄두는 못 내고 있지만 커피 맛에 둔감한 덕에 1500원짜리 '컴포우즈커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 아직 내게는 커피전문점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여유가 있다.  



*여기까지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으셨다면 조심스럽게 '구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응원해 주시는 에너지에 힘을 얻어 꾸준히 쓰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짝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