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7월 15일 여름~
여름 휴가의 시작. 이라 쓰고 이제야 여행기를 하나한 곱씹으며 정리해보려 한다.
이번 여름 휴가는 유럽의 도시로 정했다. 우연찮게 최근 몇 년 베를린 도쿄 방콕 타이페이 뉴욕을 가보면서 각각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개성이나 동시에 힙스터들이 점령한 구역은 비슷비슷한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유럽에서의 두 도시를 골랐다. 파리와 코펜하겐.
파리는 여전히 내 마음 속 1번 도시라 오랜만에 추억팔이 겸 너무 가고 싶었고 코펜하겐은 주위 친구에게도 강력 추천 받고 뭔가 센스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사전정보도 거의 없는 미지의 도시라 골라보았다.
비행기 티켓을 지른 게 작년 12월 초라 7개월 간 기대했던 여행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느껴지는 파리 냄새~ 이 무언가 비릿한 향에 커피향에 담배 냄새가 섞인 듯한 파리만의 향기가 느껴졌다.
공항 버스를 타고 에펠탑 쪽으로 가는 길~ 개선문도 보이고 에펠탑이 정면으로 보이는 샤이요 궁을 지나 에펠탑 근처에 내리니 진짜 내가 이 도시에 다시 왔구나를 느낄 수 있다. 북적이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우버를 불러 한적한 7구로 갔다.
숙소는 GOOP에서 추천해줘서 알게 된 Hotel Montalembert로 잡았다. Montalembert는 Rue Du Bac 역 근처 작은 길로 바로 앞에 Monoprix도 있고 옆에는 Atelier de Joel Robuchon 레스토랑도 있고 분위기가 괜찮은 곳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우버에서 내려 몇 년 만에 불어를 쓰려니 입에도 안붙고 절망적이었지만. 어쨌든 숙소도 호텔 스텝들도 친절해서 맘에 들었다. 이제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지만 파리에 놀라와 있는 친구 만나러 한 때 Kong으로 출발~
나의 마지막 파리는 사실 집시들의 아이폰 소매치기 경험으로 마무리 되서 나에겐 소매치기 무서움 증이 있다.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는 얘기가 들어 정말 한껏 움추린 상태로 버스를 기다리는데 더 슬픈 건 이제 파리지엥 파리지엔느들도 가방을 안다 시피하고 있었다. 쿨하게 어깨에 가방을 무심하게 메고 활보하는 시대는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쉬크한 아주머니도 멋지게 차려입은 젋은 여자도 할머니도 모두 가방을 시야 안에 두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다니는 모습이 안타깝고 슬펐다.
그렇게 변했지만 69번 버스를 타고 강건너 가는 길에 창 밖에는 관광객이 북적인다. 7월 14일 기념일 이후라 더 많기도 하고 루브르 근처의 헌책방도 여전하다.
정말 오랜만에 갔던 Kong
와인 한 잔 하며 밥먹고 디저트까지 클리어한 9시쯤 환한 창 밖을 보니 정말 여행 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행복했다.
10시 반쯤 우버를 기다리는 동안 그 때서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어둑어둑해진 뒤 호텔에 돌아와 못다 정리한 짐도 넣어두고 11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5시 반.
완전 선방~ 신기하다 보통은 시차 때문에 3시 정도 깨도 다행이었는데. 눈을 뜨고 꿈벅꿈벅 창 밖을 구경하면서 오늘 하루 뭐할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또 느끼는 여행의 행복. 왜 일상에서는 그토록 힘겹고 드럽게 피곤한 아침 시간이 이 곳에서는 가뿐하고 쉽고 신이 나는지. 답이야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긴 하다.
그렇듯 여행지의 아침은 늘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