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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Dec 24. 2017

[파리] 미술관, 우동 그리고 와인의 삼박자

이 삼 박자의 경쾌함이란,

눈을 떠서 커텐을 여니 어스름푸르한 하늘이다. 낮은 건물들 위로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보는 것이 참 낯설기도 하다.

눈도 일찍 떴으니 아침 산책 겸 나갔다. 7구 센 강 옆이 숙소여서 금방 나가니 퐁네프도 나오고 5년 전 집시들에게 아이폰 뺏겼던 예술의 다리를 지나 앵발리드를 지나 Rue de Saint Dominique까지 걸어갔다. 예전에 살던 곳 집 앞을 지나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너무 낯익은데 시간은 십 년이 훌쩍 넘어갔다.

Passage Jean Nicot. 작은 도로 두 개 사이를 연결하던 짧은 골목길 중간에 있단 아파트였는데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고 할머니가 살던 집이라 온 집안에 액자들이 빼곡히 달려 있었다. 주방도 암청 좁고 거실 하나 침대방 하나인데 거기서 세 명이 살았다. 옹기종기...가기에 친구 한 명 놀러오면 거뜬히 재우기까지.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여전히 꿈같고 아름다운 하루하루다.



그렇게 둘러보고 Rue de Grenelle을 따라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은 다시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 무리와 만나 바게뜨에 버터 벅벅 바른 거랑 크루아상이랑 먹고 미술관으로 갔다.


볼로뉴 숲에 있는 Fondation Louvuitton. 일요일 아침인데다가 우버 타고 가니 금방이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프리카 작가들만 모은 전시였는데 재밌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가 터지는 바람에 작품들을 배경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이야기....



한바퀴 둘러보고 점심으로 쿠니토라야에 깄다. 참 많이도 먹었던 우동집. 장소는 옮겼지만 추억이 많아서 그런지 보통의 맛도 더 좋게 느껴졌다.

잠시 기다리는 순간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산한 거리에 파란 하늘이 참 여유로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내고 오후부터 혼자 보냈다.


참. 어쩜 이리도 예쁜 도시가 있을까 싶었다. 10년 전 추워서 걷기 힘들었던 거리들을 여름 날씨에 혼자 걷자니 좋으면서도 아련했다.

그렇게 잠시 걸어 호텔 가까이 있던 마이욜 박물관으로 갔다.



마이욜.

로댕의 친구

조각가

2인자 느낌의 조각가지만 박물관은 로댕 만큼이나 좋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뮤즈가 되어 준 한 여자였다. 유난히도 한 명의 모델이 계속 반복되었는데 그녀는 콜렉터로 그에게 다가갔고 한 시간 모델이 되어주러 갔었는데 그 인연은 10년이 되었다.


마이욜 박물관에서 나와 계속 걸어 La Hune이라는 유명 서점에 들렀다. 신기하게도 그 서점에서도 유명 사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셀럽들의 사진을 주로 찍는 작가라 익숙한 사진과 얼굴들이 있어 재미있었다.



오후 7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았던 여름 밤

기분 좋은 기세를 몰아 오데옹까지 걸어 스탠딩 와인바에 들렀다. 참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술집. 혼자 여행할 때 끼니를 해결하기엔 와인 바 만한 곳이 없다. 쎄비체와 맛난 Pouilly Fumé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굴. 아 지금 생각해도 맛있었던 곳. Avant le comptoir


그렇게 둘째날의 마무리는 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산책하며 멍때리며 보냈다. 저 사진을 찍은 시간은 8시 반정도.

그 때 쓴 일기이다. 너무 감성적이라 지금 보니 조금 오글오글




"며칠인가 싶을 정고로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혼자라서 너무 자유로운 동시에 혼자라 너무 심심하긴 하다.

오늘 아침 Passage Jean Nicot에 들렀다.

그 때의 나는 참 어렸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곳이 예쁜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의 나와 참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루이비똥 전시관에 다녀왔다. 전시도 전시였지만 혜영이와의 수다가 더 재밌었다. 타지에서 항상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오후에는 마이욜 박물관에 갔다. 마이욜 피카소 마티스 작품들이 이어진다. 시대를 잘 타고 난 것일까? 난세의 영웅인 걸까?

엇 지금 이 종소리 좋다. 오후 8시일까 저녁 8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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