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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Nov 23. 2017

찌꺼기 같은 감정들

혼돈의 카오스 속의 나를 바라보며

얼마 전 페이스북을 보다가 한 HR전문가의 강연을 요약한 아티클을 보았다. 일할 때 감정을 쏟지 말라 이성에 충실하고 공감, 연대감, 위로 같은 감정은 퇴근 후에 가족, 친구들과 나누라는 내용이었다. 한 편으로는 우스개 소리로 말하듯 “영혼을 빼라”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맞는 말이다.


그러다 문득,

아니 그렇다면 보통의 직장인들은 하루의 8시간을 일하면서 보내는데 그 낮시간 동안 스위치 끄듯 감정 없이 일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그야말로 AI처럼 살라는 것인지, 열정은 있으되 감정은 제거하라는 건지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지 생각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사실 그렇다.

일을 할 때 머리와 감정은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있다. 그래서 누군가 아이디어에 지지를 해주길 바라고 말도 안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이성과 감성이 뒤섞여 너덜너덜해지곤 한다.


요즘의 퇴근길 그 너덜너덜한 멘탈을 붙잡고 내 하루를 돌아볼 때마다 그 HR 전문가의 강연 요약 글이 떠올라 화가 난다. 동시에 난 어떤 사람일까 난 어떤 불편한 감정을 일으켰을까. 좀더 스무스하고 둥글둥글하게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동시에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남아있을 때 특히 오늘같은 날은 정말 이불킥하고 싶을 정도로 빨리 지워버리고 싶거나 상황을 탓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이런 감정들을 묻어두고 무시하면 정말 꼬이고 꼬인 자아가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요즘 즐겨보는 미드 ‘빌리언즈’를 보면 헤지펀드에 상근직으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가 퍼포먼스 코치라는 직함으로 나오는데 헤지펀드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일에 부딪히며 인간 관계나 일을 진행할 때 부딪히는 양심. 이런 것들을 상담하는 것이 나온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뒤섞여 일을 할 때 감정을 배제하기란 너무 어렵고, 드라마 속 설정이긴 해도 어쨌든 저런 감정을 내뱉고 누군가 분석해주는 과정은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가 없다면 나라도 그 감정들을 지켜봐야하는데, 사실 너무 너저분해서 피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정면으로 조금씩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그러면 정말 욕해왔던 사람이 될까봐 두려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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