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 Mar 01. 2018

민감하지만 까칠하지 않은

은유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구정 연휴 때 보려고 산 책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항구마을식당>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회사 동료 추천책으로 처음 본 작가의 책이었지만 안그래도 시끄러운 세상에 어떤 시각으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것을 바라본 내 느낌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책은 여러 산문이 하나로 엮여있지만 관통하는 단어는 한 가지인 것 같다. “존재”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도 통념적인 성역할과 정의에 갇혀 허덕이는 “존재”임을

평범해지고 싶은 약자인 혹은 이미 나도 모르게 강자라 미처 약자를 돌아보지 못하는 “존재”

사랑이 귀찮지만 절실히 필요한 “존재”


여성. 엄마. 일하는 직장러로 살아갈 때 뒤죽박죽 완벽한 질서가 부족한 사회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기술할 때 시각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아서 하지만 날카롭기도 하고 따뜻한 그런 균형감이 좋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참 나도 내가 싫어하는 가부장제에 이미 많이 물들어 있고 약자인데 강자인 척 하진 않았나랑 생각도 들고 좀더 여러 가지 사안들에 관심갖고 민감해질 필요가 있겠다 느꼈다.


몇 가지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남겨본다.


“문학평론거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가 밑줄 그었던 부분.  “미친년 널뛴다는 말은 폭력적이다. 미친년을 미치게 만든 미친놈들의 존재가 생략되었이 때문이다””


“자식이 성폭력 사건을 터놓기도 함들지만 말했을 때 엄마의 태도는 어떠할까? 부정하거나 꾸짖는다. 너가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사실 이 부분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소매치기를 당한 친구에게도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에게도 보이스피싱을 당한 지인에게도 똑같이 피해자의 부주의함을 탓할 때가 많다. 왜 자꾸 가해자는 미지의 세계에 남겨 놓고 피해자에게 잘잘못을 따지게 된 걸까.


“게으름이 아닌 느긋함으로 조급함이 아닌 경쾌함으로 주변의 것글과 어우러지는 행복한 삶의 속도를 만들어나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Go를 내뱉어야 하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