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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pr 26. 2018

커지려는 세상에서 왜 작아지길 원했을까

내가 작아질 때 주변이 확장된다

출장 길. 멍한 비행기에서 본 영화 <다운사이징>

헐리우드 B급 영화 <애들이 작아졌어요>였던가 초등학교 때 동네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려보고 윗집에 놀러갔더니 또 그 비디오 빌려보고 있어서 또 좋다고 봤던 그런 영화에 대한 오마쥬인 줄 알았다.


멧데이먼이 왜 작아졌을까 1도 궁금하지 않았기에 1의 기대감도 없이 보기 시작했다. 옆에 와인이나 홀짝 마시며 보다가 자야지 하는 심정으로.


아니 근데 이 영화. 의외로 철학적이네.


인간을 그대로 2000분의 1로 다운사이징 하는데 성공한 노르웨이의 과학자들.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바로 자연보호. 지구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인간이 내뿜어내는 탄소를 줄이고 식량을 줄이고 자연에 대한 해를 줄이기 위함.

이를 미국인들은 몸이 작아짐에 따라 남게된 잉여의 재산으로 탕진잼을 누리며 여생을 다운사이징된 소인타운에서 돈 팍팍 쓰며 유토피아를 꿈꾸며 과감히 입성한다.


멧데이먼 역시 모기지론의 굴레에 접어들기 전 부인과 과감히 새로운 삶을 위해 다운사이징을 선택하고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부인은 중도포기. 덩그러니 쬐꼼해져버린 그가 마주한 소인 세계는 또 하나의 인간계이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어우러진 곳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작아진 남자
지구를 구하려 작아진 남자
사업을 하려고 작아진 남자
덩달아 작어진 남자

작은 세상에서 파티를 즐기는 남자
주말을 기다리는 간호사들
작은 세상에사 파티가 끝난 집을 청소하는 사람들
작은 세상에 홀로 암투병 하는 사람들

선한 의도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박사
그 기술을 악의로 사용하는 독재 정부

작아진 곳이나 큰 곳이나 세상에서 삶은 늘 행복과 고통을 함께 한다
행복과 재미만 존재하는 유토피아는 없으며
거기에 가난이 있고 풍족이 있다. 이기심이 있고 쾌락이 있지만 역시나 배려, 헌신, 타인에 대한 보살핌이 있다.



영화 끝에 이런 철학적 질문이 남는다. 몸이 작아져서 멧데이먼의 삶이 확장되어 가는 것인가. 아님 그렇게 스스로 낮추고 조그맣게 만들어서 더 넓은 세상을 누비며 살아갈 수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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