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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02. 2018

[코펜하겐]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

#히든피겨스 #카렌블릭슨

코펜하겐에서 둘째날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가던 길이었다. 버스를 갈아타는 와중에 심심해서 여행 브로셔를 보는데 <Karen Blixon> 의 집 여름 일시 공개 라는 광고를 보있다. 어떤 여자길래 집을 여름에만 공개하나 구글링 해보니...<아웃 오브 아프리카> 소설의 작가였다.

너무나도 재밌게 본 영화였기에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어떤 작가였을까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궁금했다.


그러부터 며칠 뒤에 교외로 나가는 게 살짝 귀찮았지만 막상 할 것도 없어 기차를 타고 <Karen Blixon> 집으로 향했다. 그 때 아마 아멜리엔 궁 근처 에어비앤비에 묵고 있어서 버스를 타고 Oster 역에서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갔다. 꽤나 가까운 근교였디. 기차역에서 내려 터덜터덜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왠지 아웃오브 아프리카 OST를 들어야 할 것 같아 이어폰을 꽂고 갔다. 기차역에서 그녀의 집까지 가려면 숲을 지나야했다. 야생 새 보호구역이라 정말 멋진 숲이었다. 혼자 지나가기 무섭기도 했는데 도중에 다른 관광객을 만나 맘놓고 1키로 가량을 걸어갔다.

예쁜 숲길을 지나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한 여류 작가의 집. 잘 가꿔진 정원 너머 아담한 집이 보인다.



드넓은 정원에 그녀의 무덤이 있다. 이 작가의 삶은 어땠을까. 어떻게 그런 소설을 썼을까 점점 궁금했다.

30분 단위로 방문객 입장이 가능했기에 1층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그녀의 집 안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차근 차근 보던 와중에...이런 반전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주인공의 삶은 바로 그녀의 이야기였다. 실제 그녀는 사촌과 결혼하여 얼떨결에 케냐에 오게되고 커피 농장을 꾸리고 그 와중에 한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그를 비행기 사고로 보냈다.....이 영화의 스토리가 리얼 스토리였다니.

영화 말미 커피 농장이 불에 타며 다시 덴마크로 돌아오게 되는데 실제로도 불에 타 모든 것을 잃고 덴마크에 돌아와 돈벌이를 위해 영문으로 소설을 썼고 그게 성공의 씨앗이 되어 다른 소설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실제 그녀의 얼굴을 보자니 꽤나 매력적이었다.


이런 영화같은 삶이라니....

너무나 신기했다. 좋아했던 영화의 원작자를 만난 것도 좋았는데 그 것이 그녀의 진짜이야기였다니 이 영화를 좋아했던 아빠 언니에게도 빨리 야기해주고 싶었다.

감흥이 너무 오래 남아 영화에 자주 나왔던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며 그 숲을 지나 다시 기차역으로 걸어왔다. 너무나 비현실적이게도 그 숲을 지나는데 빨간 여우가 등을 보이며 지나다녔다. 무서워서 쫄긴 했지만 빨간 여우라니. 너무 동화같은 느낌이었다.


이 날 뭔가 참 신났던 것 같다. 비가 살짝 와서 우울하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한 동안 계속 OST를 듣다가 와인 바에 가서 와인 한 잔 하며 감흥을 달랬던 것 같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생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 나라의 예술가 혹은 작가와 하나의 커넥션을 만들어가는 것. 동일한 경험을 나누는 것.


코펜하겐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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