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어제 새벽 5시에 호텔 앞에 관광 버스가 도착했다. 라 아바나에서 Cayo Santa Maria로 바로 데려다 줄 버스이다.
여기 저기 호텔에 들러 다른 관광객들을 태워 388km 떨어진 곳으로 출발한다. 해가 늦게 떠서 7시 즈음 되어서야 조금씩 밝아졌다.
두 시간 정도 달려서 휴게소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쉬는 곳인데 무슨 식물원 혹은 동물원 느낌으로 수탉이 식당에 돌아다니고 노귀가 거닌다. 수탉이 무서웠지만 일단 한 바퀴 돌고 다시 버스에 탄다. 비아술 버스는 완전 냉동 버스라 하여 두툼하게 입고 탔는데. 그리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진 않았다.
정말 더 이상은 지겨워서 못가겠다 싶을 즈음 예약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꽤나 조경도 괜찮고 새로 생겨서 깔끔한 곳이다. 아침, 점심, 저녁 부페, 음료 모두 포함인 올인클루시브 호텔. 뭔가 조용하길 원한다면 Adult Only로 가야할 것 같다. 아이들이 많아서 수영장이 시끌하긴 하지만 공간이 넓고 탁 트여 있어 참을 만 하다.
햇빛은 뜨겁지만 바람은 솔솔.
수영장에서 놀다 선베드에 누워 부족한 잠도 자고, 그야말로 망중한. 여기가 사실 쿠바인지 어딘지 감이 안잡힐 정도로 내가 뭐하던 사람인지 무슨 걱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쿠바는 와이파이를 돈 주고 사야하고 한국과 연락도 드문드문할 수 밖에 없어 핸드폰을 놓게 된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는지 조용하게 석양이 지기 시작할 때즈음 저녁 부페로 간다.
참고로 쿠바는 음식보다 술이다.
칵테일, 맥주, 럼 추천, 나머지 음식은 너무 맛있지도 너무 못먹을 정도도 아닌 딱 중간이다. 오히려 먹을 게 없으니 장점은 스케쥴이나 동선 짜기도 굉장히 좋은…
그렇게 또 쿠바에서의 하루가 간다.
바람 솔솔 부는 저녁에 바에서 시가도 한 대 나눠 피워보고 파도 소리 들으며 방으로 돌아와 딥슬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