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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Dec 02. 2018

[코펜하겐]루이지애나 보다 더 예쁜

#꼭 버스타세요 #가는 길이 더 예쁜

누구나 계획하는 그 곳.

루이지애나 미술관


코펜하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북쪽 헬싱괴르나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꼭 여정 속에 넣을 것이다. 나 역시 가장 기대했던 곳이지만 코펜하겐 날씨는 들쭉날쭉 해서 해가 나오면 무조건 루이지애나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둘째날 아침 커피 한 잔 하는데 쨍한 해를 보고 일정을 모두 변경했다.

코펜하겐 첫날 숙소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뭔가 힐링이 필요했던 날이기도 했다.

아침 7시. 테라스 카페.


388번 버스를 타고

루이지애나로 가는 길


루이지애나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코펜하겐 중앙역, 서역 등 어느 역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버스를 타도 되고, 기차만 타도 되고. 모든 여행자가 아마 코펜하겐 카드를 구매할 것이기에 구글에서 알려준 대로 가면 된다.

나 같은 경우, 구글에서 대충 보고 생각없이 가다가 잠깐 돌아돌아 388번 버스를 잡아탔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 다시 우울해지던 찰나 오른쪽 창으로 해안가가 끝없이 이어졌다. 지도를 보니 동쪽 해안길을 따라 루이지애나에 도착하는 듯 했다. 그러다 눈에 띈 한 바닷가.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고 분위기가 편하고 예쁘길래 즉흥적으로 그만 내렸다. 이 모든 것은 사실 구글맵 덕분에 가능한 일이긴 했다.


우연히 내린 그 곳 이름은 바로

Vedvaek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바다도 예쁘고 관광객보다는 주민들이 나와서 태닝을 즐기는 곳이었다.

브런치 카페가 있길래 테이블 하나 잡고, 라이브레드에 치즈 올려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계획에 없던 순간이라 더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이름 모를 아름다운 곳에 여행자인 내가 덩그러니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때마침 날씨도 여름 날씨가 되고, 영상 20도라 바다가 엄청 찰텐데 평일 대낮에 수영을 즐기는 남녀노소를 보며 이런 좋은 나라가 있다니 라는 슬픈 생각도 든다. (한국 생각이 나서..)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뚜벅뚜벅 천천히 걷다가 깊어보이는 바닷가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모습에 처음에 놀랐다가 나중에 몇 십미터 가시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다. 20도 위로만 가도 따뜻하다 느끼며 찬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아마도 지금 이 날씨가 그들에게도 선물같이 느껴지나보다.

그렇게 3시간을 보냈나보다.


구름 낀 날씨에서 점점 맑아지는 하늘


한가롭게 패들보드를 타던 저 분. 참 부러웠다. 평일 대낮에...




다시 루이지애나 미술관으로


아예 하루 더 머무르고 싶을 정도였지만 어쨌든 루이지애나를 안 찍고 다시 코펜하겐으로 가기에는 아까워서 388번 버스를 다시 잡아타고 미술관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면 루이지애나 미술관까지 꽤 걸어야하지만 가는 길 덴마크의 집들이 너무 예뻐서 갈 만 하다. 그리고 눈에 안보이던 여행자 행렬이 줄을 지어 간다.


Vedbaek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랬는지 정작 루이지애나에서 모두 반한다는 그 정원을 봤을 때 감흥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그저 미술관이 예쁘다, 편안하다 느낌. 전시보다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도 모두가 찍는 시그니쳐 샷은 몇 개 건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코펜하겐 카드 뽕빼던 저녁


기차에서 내려 호텔 가는 길에 티볼리 공원을 들려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겨우 둘러보고 호텔로 왔다. 사실 이 날은 아멜리엔보그 근처로 옮기는 날이었는데, 호텔 옮기고 보니 다행히 룸컨디션도 위치도 딱 좋아 들뜬 마음으로 뉘하운에 가서 홍합이랑 화이트 와인 한 잔 하고 바로 크루즈에 올라탔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에 덥다가도 밤이 되니 바닷바람에 참 춥다. 그래도 여행 초반에 타길 잘했다. 크리스티안 지역, 블랙 다이아몬드, 페이퍼 아일랜드 등 갈지 말지 고민되던 여행지 프리뷰를 보는 것 같아서 이후에 마음에 드는 곳만 골라 갔고, 무엇보다 굳이 도보로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갈 필요가 없다.

시간대를 잘 골라탔나보다. 바다 수면에 비치는 노을은 끝내준다.




작년 여름 여행 이야기인데도 이 때의 기분은 아직 생생하고 그립다.


40분 가량 타고 나니 가디건 하나 걸친 채 바람을 다 맞기에는 너무 너무 춥다. 중간 스팟에서 내리고나니.. 모노클 가이드에서 체크했던 와인바가 눈 앞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하루의 느낌이 이런 것인지, 추위에 덜덜 떨다가 분위기 따뜻한 그리고 친절하게 와인을 설명해주는 곳에서 레드 와인 한 잔을 하니 세상 이런 행복이 없다 싶다.


#Ved Stranden 10 Vinhandel og Bar link


초반에 이런 와인바를 알게 되서 이 후에 오다가다 한 잔씩 하러 들렀는데, 그 때마다 와인도 너무 맛있고 안주는 몇 개 없지만 간단히 식사하기에도 괜찮은 곳이었다. 물가가 비싼 만큼 와인바나 식당은 늘 100% 만족이었다. 값만큼 퀄리티도 높았다.


근교에 예쁘디 예쁜 미술관에, 예쁜 바닷가에, 시내에는 힙한 와인바가 가득한 이 도시가 이렇게 된지 사실 몇 년 안되었다고 한다. 몇 십 년 전에는 암울하기 그지 없고, 그저 평범한 북유럽 도시였다는데 Noma이후에 노르딕 퀴진이란 개념이 생겨나고 온 세상 Gourmet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원래 강점이었던 디자인과 높은 식문화가 만나 잘 디자인된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자전거길, 공원을 열심히 조성한 시의 노력도 있었고 코펜하게너 스스로도 혹독한 날씨 때문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일상을 보내는 모든 공간을 하나 하나 정성스레 가꿔놓은 것 같다.


이 도시 진짜 지금 생각해도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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