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에서의 맥주 한 잔. 잊을 수가 없다.
2018년 9월20일~9월 28일 동안의 쿠바여행기
까요 산타마리아, 다와리조트에서의 둘째날에는 줄곧 바다에 있었다. 리조트 끝자락에 에메랄드 빛 바다가 주욱 펼쳐져있다.
스텝 아저씨가 그늘막에 선배드를 깔아주면 거기서 유유자적.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들으며 즐기면 된다.
해변가로 한 번 산책도 다녀오고, 낮고 잔잔하게 파도 치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파도 소리 들으며 책 읽다가 수평선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사장의 하얀 모래빛도 바다 빛깔도 달라진다. 힐링이 따로 없었던 시간
다와에서의 셋째날에는 보트 투어를 갔다. 스노클링, 돌핀쇼, 해변가를 돌고 오는 투어. 전날 인하우스 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당일 아침 8시에 픽업 버스를 기다렸다. 근처 리조트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마지막에 우리가 탄 모양이다. 대충 둘러보니 캐나다 사람이 많았다. 특히 불어쓰는 캐나다인들~
3세부터 70세까지 다들 신나 몸매 상관없이 모두 비키니 수영복 입고 즐기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보였다. 스노클링 스팟에서도 누구랄 것 없이 바다 속에 뛰어들어 물고기, 산호 구경하며 자연을 즐기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3-4터 정도 되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 들리는 것은 내 숨소리 뿐이지만 보이는 것은 형형색색 산호부터 수초, 그리고 그 수초를 안식처 삼아 자는 건지 숨은 것인지 가만히 있는 물고기들, 디즈니 만화에 나올 법한 바이올렛 빛깔의 물고기, 검정 노랑 줄무늬 물고기. 내가 본 바다 중 가장 예뻤다. 배에 다시 올라와 배 끝머리 그물 위에 타월을 깔고 누워 잠시 해를 즐긴다. 잠시 후 돌핀쇼 스팟에 도착하여 돌고래 구경하고 밥을 막고 마지막 스팟, 해변가로 간다. 다와 리조트 근처 해변가였지만 리조트 사람들이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정말 깨끗하고 상상했던 에메랄드 빛 바다, 그 보다 더 아름다웠던 해변가였다. 해가 너무 뜨거워 일부러 물 속에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어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수영하다가도 무릎 근처 높이에서는 가만히 누워 주변 풍경을 바라본다. 아이들도, 캐나다 할머니도, 프랑스 아줌마도, 쿠바 젊은 사람들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수영을 한다. 다시 보트가 와 우리를 태운다. 리조트로 돌아갈 시간, 마지막 얼음 속에서 커낸 쿠바 맥주 한 캔을 따 원샷했을 때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딘지 인지되지 않을 만큼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즐기시만 했던 시간. 그 사이에 내 팔, 다리, 등은 벌겋게 타버리고 말았고 그 날 밤 따가움에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원없이 즐겼고 인생에 크게 남을 추억을 만들었다. 언젠가 50대가 되어 돈도 좀 벌어 지중해에 내 전용 요트 하나 빌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샴페인 싣고 한 바퀴 요트 여행을 떠나고픈 허세 가득한 꿈을 꿔본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다와에서의 네번째 날. 오전에는 싸이클 운동, 그리고 해변가에서 책 읽고 샌드위치에 맥주 마시며 망중한, 오후에는 풀바에서 Daiquiri한 잔 맥주 한 잔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수영장 선배드에 누워 이 섬에서의 마지막 오후를 즐긴다.
<매드맨>에서 주인공이 LA 어느 호텔에서 수영을 즐기던 장면과 느낌이 비슷한 이 곳 수영장. 바람에 잔잔히 수영장 물이 흔들리고 해는 뜨겁고 쿠바노 가족의 웃음 소리, 바텐더가 선곡한 남미 음악. 산들 산들 부는 바람에 야자수 잎이 부딪히는 소리.
쿠바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