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어머님
얼마 전.. 카페에서 낙서 중이었을 때다.
바로 옆 테이블. 한 할머니께서 앉아계신다. 자제분들의 바쁜 대화에 끼지 못하시고 멍하니 앉아있다. 나는 그 모습이 눈에 걸렸는지 마음에 걸렸는지, 괜히 자꾸 시선이 갔다.
내가 테이블에 앉은 후로 말 걸기 전까지 4~50여 분간. 뭐랄까.. 여기 어머님 혼자서만 다른 공간에 계신 듯 보였다. 왠지 더 쓸쓸한 기분도 느껴지고 조금은 시큰해지는 기분.
그 탓에..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열었다.
" 어머님~. 제가 어머님을 한번 그려봐도 될까요?"
서로 이야기하시느라 바쁘던 따님과 손녀는 그러라고 하였고, 어머님도 멋쩍게 웃으시며 수긍을 하셨다. 어머님을 내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돌렸다.
괜한 오지랖일까? 잠시 고민이 스쳤지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도, 그리는 그림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15분 정도..
다행히 그림을 웃으며 바라보신다.
*
그날의 느꼈던 감성이 참 강했던 터라, ' 어머님 실례가 안된다면 사진 한번 찍어두어도 될까요?'라며 여쭈었고 자제분들도 어머님도 허락하셔서 찍었다.
선물로 드렸던 그림을 바라보시며 다시 자식들 테이블에 놓인 침묵 속으로 들어가셨지만.. 지긋하게 바라보시는 그 표정.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은 침묵만은 아닌 듯했다.
요즘 들어 종종 마음은 메말라가고, 생각도 좁아져만 가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에게 투자하는 시간에 내 밥그릇의 쌀을 한 줌이라도 더 담으려고 해야 한다는 욕심이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 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고 싶어졌다. 그릇에 쌀이 넘쳐나고 번듯해진다 해도.. 마음을 잃어가며 풍족해진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림이라는 것으로 용기를 냈던 그때가 참 다행스럽다. 덕분에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했고, 조금은 순해지는 날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마도 여러 그림들 중 꽤나 크게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