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르네 데카르트의 성찰(meditations)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데카르트를 여러 번 만나봤으나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저 구절밖에 없었다. 수많은 책과 선생님들이 저 구절을 그렇게 강조한 이유를 찾아보고, 내 방식으로 이 구절을 소화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데카르트는 의심을 통해 확고부동한 지식에 다가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감각경험과 논리적 지식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의심하는 과정에서 그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지식을 찾아낸다.
감각경험은 우리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꿈’과 같은 허상에서 동일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데카르트는 감각적 지식을 완전하지 않은 지식으로 판단했다.
1+1=2와 같은 자명한 논리 역시 완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악신’이라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원리를 만들어 우리가 세계를 착각하게 끔 만들 수도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회의의 방법을 통해 불안정한 지식임을 말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찾아낸다. 악신은 우리를 착각하도록 속이는 존재이지만, 그 악신조차 ‘생각하는 나’의 존재를 전제한다. 즉, 전지전능한 신도 ‘생각하는 나’를 부정하지 않으며, 사유가 우리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철학적 사고만이 ‘생각’이 아니다.
나는 지금 뭘 먹고 싶지?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가지?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생각으로 시작되고, 우리가 존재함은 이러한 생각으로 계속된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사유’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며, 반대로 아무도 날 찾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쓸모없는 존재로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인간은 사유함으로써 이미 그 존재를 설명한다. 생각이라는 행위 자체만으로 나의 존재를 몸소 느끼고, 그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 나의 존재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풍부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기본적인 토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나’ 그 자체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
내가 간혹 필요 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 데카르트의 구절을 떠올리며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자체로 나의 존재는 존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