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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살MJ Jul 20. 2023

카페 차렸다가 망한 이야기(1)

직시해보자.

 카페를 접고 3개월이 지났다. 그곳에서의 일상이, 그 카페의 모습이 까마득한 옛날의 일처럼 흐릿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떠올려보니 생생하다. 3개월 전이니 생생한 것이 당연한데 까마득한 옛날의 일처럼 느껴졌던 건, 내가 일부러 그 기억을 지우고 싶어 했던 탓일 것이다. 나를 괴롭게 하는 과거의 사실을 직시하고 내가 힘든 이유가 그 일 때문이라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나면 내 우울함이 좀 가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한다. 기억에서 모두 꺼내놓고 나면 이제는 그 기억들을 ‘나를 힘들게 하는 과거’가 아닌 ‘그냥 지나간 과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동생은 연년생으로 둘도 없는 단짝이다. 우리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녔고 대학은 떨어져 다니다가 2015년부터 서울에서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산 지 1~2개월쯤 지나서 반려견 토리를 입양하여 세 식구가 서울 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셋이서 서울에서 살면서 한강에도 놀러가고 자유롭고 재미나게 살다가 우리는 동시에 번아웃이 왔다. 동생과 나는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는 직접 벌어서 쓰느라 스무 살부터 일을 쉬어 본 적이 없고 대학 졸업 후에도 바로 취직을 해서 돈을 벌었다. 동생은 물리치료사인데 진상 환자들에 진력이 나 있는 상태였고, 나는 학원 강사였는데 전쟁 같은 시험 기간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상태였다. 둘 다 쉬지 않고 10년 이상을 일했던 상황에 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다가 이전부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같이 카페하면서 토리와 재밌게 살자고 말하곤 했던 것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카페 자리를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이상하게도 춘천에 꽂혔다. 부동산 직거래 카페에 올라온 춘천 매물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 서울 생활에 지쳐있었던 우리가 춘천이라는 낭만이 있어 보이는 도시에 호감이 있었던 것도 춘천에 창업을 하게 된 것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냥 카페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우리는 샌드위치 카페를 구상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코엑스 등에서 진행하는 각종 커피, 디저트 관련 박람회도 많이 다녔고, 오픈 후에는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가까운 거리는 직접 배달도 다니며 열정을 다했다. 손님들은 건강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라며 칭찬했고, 어플을 통한 첫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땐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근처 직장인 한 분은 거의 매일 우리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고 주변 동료까지 데리고 올 정도였다. 하루 12시간 이상 문을 열고 일하며 매일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계절을 많이 타는 음식이었다. 매장을 오픈했을 땐 7월이었고 8월까지는 장사가 잘 됐다. 오픈 특수였는지 계절 때문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단골 손님이 꽤 생겼으니 맛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우리만 해도 점심, 저녁으로 육개장이나 국밥, 쌀국수, 짬뽕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으면서 손님들은 샌드위치를 찾길 바라는 것도 웃겼다. 우리 매장은 월세가 꽤 저렴했는데 그 이유가 대로변에서 잘 안 보이고 골목으로 꺾어 들어와야 보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하다가, 위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월세가 조금 높더라도 유동 인구가 훨씬 많고 대로변인 곳으로 가서 우리 매장 자체를 알리자고 생각했다. 고작 매장 오픈 2개월 만에.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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