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는 중이다.
매장 오픈 2개월 만에 매장 위치를 옮기기로 한 우리. 대학 후문 바로 근처 대로변에 새로운 자리를 구했다. 문제는 월세가 두 배였다는 것인데, 위치도 좋았고 인테리어도 이번에 새로 한 것이라 우리가 손 댈 곳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덜컥 계약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월세뿐만 아니라 보증금도 훨씬 비쌌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가 모아놓았던 돈이 부족해서 개업할 때 대출을 받았었는데, 자리를 옮기면서 대출을 추가로 받아버렸다. 이제 정말 모아둔 비상금도 없고 더 이상 대출도 안 나오는 상태에서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첫 한 달은 장사가 잘 되었다. 새 가게가 들어와서 그런지 학생들이 많이 왔고, 우리가 오픈 이벤트를 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 곧 겨울이 찾아왔고, 쌀쌀해진 날씨에 옆 가게 마라탕 집은 북적이는데 우리 가게는 한산해졌다. 메뉴도 추가해보고 나름의 노력을 다 해봤지만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간판도 못 하고, 따로 마케팅도 하지 못했는데 이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오픈 때 사람이 꽤 왔었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여기 가게가 있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하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간판이 없는 건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를 알리겠다고 자리를 옮겼으면서 간판도 못 다는 처지라니.
조만간 간판을 달자고 계획했지만, 줄어든 매출에 공과금과 재료비를 제하고 두 배의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이전엔 조금이라도 이익이 남았지만 이제는 정말 적자가 시작된 것이다. 결국 동생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곧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손님은 더더욱 줄었다. 게다가 춘천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배달 대행업체가 운행을 하지 않는 날이 꽤 있었고, 그러면서 그나마 있던 배달 매출까지 줄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결국 가게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빠르게 거래하기 위해서 권리금도 최소화했다. 다행히 한 달 정도만에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났다. 본전도 못 건지고 가게를 넘겼지만 그래도 넘긴 게 어디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날들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춘천은 낭만의 도시가 아닌 너무나 아픈 도시가 되었고, 우리는 춘천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은 돈을 모아서 간판도 크게 달고 초반에 홍보도 많이 하고, 가게 운영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가게를 옮기지 말고 기존 자리에서 변화를 모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엄청나게 남는다. 단골도 많았고 우리 샌드위치를 돈 내고 배워서 다른 곳에 창업하겠다고 하신 분도 있을 정도로 음식은 맛있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기만 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가 돈이 많아서 오래 버텼다면 잘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 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장사랑 우리의 성격이 그렇게 잘 맞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있어서, 차라리 빨리 망해버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망한 이야기를 쓰면서 우울함을 떨쳐 보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내 의도대로 우울함이 떨쳐졌다. 이미 충분히 후회했고,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 일을 그만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과거의 일을 ‘A 때문에 나는 망했어. 나는 그래서 돈이 없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A로 인한 불행함을 지나는 중이다. 나는 돈이 없는 상황을 지나가는 중이다.’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쓴 것보다는 그 영상 속 말을 듣고 더 많은 걸 얻었다. 내가 카페를 말아먹은 건 지나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내 괴로움도 거의 지나갔고, 그것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지나가고 있다. 나는 곧 괜찮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