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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살MJ Jul 13. 2023

대학을 가서도 진로 고민은 계속된다.

1년 반 휴학 - 사범대생은 휴학을 잘 하지 않는다

고3일 때에는 진로 고민은 고3이 가장 많이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반수를 하다가 다시 돌아온 선배들 이야기, 학교 다니며 수능 공부를 다시 해서 몰래(?) 더 좋은 학교로 가 버렸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자, 내 동기들 중에도 반수를 하겠다고 휴학을 한 친구들이 생겨났다.


가장 친했던 동기 두 명과의 이별

 반수를 하겠다고 휴학을 한 동기 중 두 명이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단짝 친구 한 명, 그리고 내 첫 남자친구 한 명.(이후 단짝 친구는 원하는 대학에 갔고, 남자친구는 학교를 아예 그만 두었다.) 그들의 휴학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서, 나도 내 진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내 성격이 선생님이라는 직업과 맞을지 고민하던 차에 친구들까지 학교를 떠나니 고민이 더 깊어졌던 것이다. 

 나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편이었고 '집에 돈만 많았다면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했을 거야.'라고 학창 시절에도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라도 미술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고, 하필 그때 듣던 전공 수업의 교수님이 자신이 낸 책을 강매시키는 행위가 있었다. 또 다른 교수님은 강의 시간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나는 그 수업이 너무 지루했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학교 수업을 가지 않고 혼자 서울 곳곳을 구경하거나 교보문고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읽다가 집에 가는 일도 꽤 잦아졌다. 2학년을 정말 지루하게 겨우 마치고, 바로 휴학을 하게 되었다.


사범대생은 휴학을 잘 하지 않아.

 인턴이나 해외 유학 등을 위해 휴학을 당연하게 하는 타 전공과 달리, 사범대생은 휴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쉬지 않고 4년을 공부한 후에 바로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것이 임용 합격에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위 학번의 선배 중 휴학을 한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는 임용고시를 볼 생각이 없어서 다른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휴학을 했다. 이렇게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들 일부만 휴학을 했던 것이다.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대학을 가면 해 보고 싶었던 것을 휴학 기간에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3학년이 되면 학교 생활이 엉망이 될 것만 같아서 휴학을 했다.


그래서 진로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휴학 동안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학원이었다. 이유는 단순하게 시급이 높아서였다. 당시 최저 시급은 4천 원대였는데, 학원 아르바이트 시급은 보통 8천 원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미술 학원을 다녔는데, 취미반으로 등록하고 수업을 듣다가 원장님이 나에게 소질도 있고 내신 점수가 좋으니 제대로 준비하면 서울대도 갈 수 있다며 취미반이 아닌 입시반에 등록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미술하면 뭐 해먹고 살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년 동안 공부해 왔던 국어 전공이 아깝기도 했고,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미술로 먹고 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미술 전공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교사가 최고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입시반을 등록하면 돈과 시간이 더 많이 들게 될텐데 그걸 내가 감내할 만큼 미술이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속절없이 흘러간 1년

그렇게 아르바이트와 미술 학원을 다니며 1년이 지나가 버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대학 가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해외 여행이 있었는데, 휴학할 때 가보지 않으면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한 학기를 더 휴학하고 평일 오전엔 피씨방에서, 평일 오후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토요일엔 수학 학원 채점 아르바이트, 마지막으로 옛날 신문을 타이핑하는 재택 아르바이트까지 4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순전히 내 돈만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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