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살MJ Jul 18. 2023

학생들을 만나다 - 교생 실습

학교는 학원보다 어렵다.

 복학 후 한 학기를 다니고 그 다음 학기에, 사범대의 꽃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교생 실습을 드디어 나가게 되었다. 복학 후 전공 수업 중에 교수님이 교생 실습 후기를 들려 달라고 어떤 학생에게 즉석으로 발표를 시킨 적이 있다. 발표를 하게 된 학생은 나와는 친하지 않았던 여자 동기였다. 여고로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학생들과 트러블이 있었나보다.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그 친구는 발표를 하면서 조금 울컥하는 것 같았다. 내 고3 담임 선생님은 우리 학교가 두 번째 학교였던 신입 교사였는데, 첫 학교에서 여고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여고생들이 젊은 여선생님을 싫어하는 경우들이 있나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교생 실습은 어디로 가나?

 사립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졸업한 모교에 교생 실습을 신청해서 가고, 대부분은 대학교에서 연결해주는 학교로 간다. 우리 학교는 부설 중,고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신청했다. 친한 동기와 같은 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기를 희망해서 같은 곳으로 1지망을 썼지만 동기는 부속 고등학교로, 나는 부속 중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당시 나는 학원에서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어서 중학생들이 익숙하기도 했고, 고등 국어는 가르쳐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중학교로 배정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학생은 말하는 짐승이다.

 다행히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우리 과 사람 둘과 같이 교생 실습을 나가게 되었고, 함께 교생 실습을 하게 된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정말 선하신 분들이어서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한 교생 선생님이 1학년 수업을 들어갔다가 교생실에 와서 '중학생은 말하는 짐승이다.'라고 말했는데 모두 동의했다. 특히 1학년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초등학생이었으니, 얼마나 아직 아기들 같은지. 말도 끊임 없이 하고, 항상 뛰어다닌다. 정말 에너지가 엄청난 아이들이다. 키만 컸지 여전히 그냥 꼬맹이들 같다. 조회 시간, 종례 시간, 그리고 수업이 시작될 때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기를 빨리는 기분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를 받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다행히도 내가 교생을 갔던 학교에는 왕따가 없었는데(일단 내 눈에는 친구 없이 혼자 있는 아이는 없었다.), 조용해 보이던 아이들도 조금 친해지니까 나에게 종알종알 수다를 떠는 것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정말 아프신 거 맞죠?

교생 실습을 가면 일대일로 현직 선생님과 매칭이 된다. 나와 과목이 같으면서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과 맺어지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2학년 7반을 맡게 되었고, 국어 선생님 중 가장 젊으면서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셔서 참관을 하면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그런데 교생 첫 주가 지나고 둘째 주 월요일에 학교에 갔는데, 7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아프시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넘게 학교에 나오시지 않았다. 다른 교생 선생님들은 담임 선생님이 조회나 종례를 하면 뒤에 서서 참관만 하다가 나중에야 아이들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둘째 주부터 담임 선생님 없이 아이들을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조회, 종례 모두 내 차지였고, 수업도 그 선생님 대신 모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아이들과도 더 가까워지고 수업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수업 참관은 같은 과목의 다른 선생님 것을 볼 수도 있고 다른 과목, 다른 선생님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참관으로 인한 문제도 없었다.


울면서 헤어지는 건 국룰

중학생 때 교생 선생님이 우리 반에 실습을 오셨던 기억이 있다. 나는 너무나 조용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선생님과 별로 친해지지 않아서 울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은 선생님과 헤어지는 날 모두 펑펑 울었다. 그래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한 말로 써 주신 작은 카드를 건네 주신 것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은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하나씩 다른 내용으로 짧은 편지를 써 주고, 간식들을 작은 주머니에 담아 준비해갔다. 내가 울었던가, 벌써 8년 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눈시울이 붉어지긴 했을 것이다. 나는 담담하려 해도 아이들이 막 운다. 어떤 교생 선생님은 이미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펑펑 울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진도 마구 찍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짧다면 짧았던 4주 동안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교생과 아이들 사이는 서로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이인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상처 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생들을 만나다 - 학원 아르바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