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울었다. 한국에서의 평안한 삶을 버리고 왜 호주로 왔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게 불교 정토회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108배 영상을 보내줬다. 약 30분 되는 영상이었다. 엄마는 매일 아침 이것을 들으며 108배를 따라하고, 회사에 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엄마가 잠든 새벽에 그것을 틀어놓고 카펫 위에 앉았다. 명상부터 시작됐다. 나는 눈을 감고 이름 모를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힘을 쓰지 말라, 일어난 일을 내 탓으로 돌리지 말라. 그럼 제가 호주에 온 건요? 호주에 온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가요?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없었던 일이 되지 않을까요? 부처님께 묻고 싶었다.
108배가 시작됐다. 탁, 탁 울리는 목탁 소리에 맞춰서 절을 했다. 처음에는 제사상에 절 하듯 두 손을 모아서 그 위에 이마를 댔다. 우느라 정신 없었다.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놓은 듯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중에 영상에 나오는 분과 속도를 맞추려고 힐끔힐끔 핸드폰 화면을 쳐다봤다. 거칠던 숨이 질서를 찾아갈 때쯤에야 나는 절을 잘못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손을 한 데 모으는 게 아니라 귀 옆에 두는 것이었다. 이마가 바닥에 닿으면 손을 뒤집어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고, 그것을 약간 들어올려야 했다. 나는 울기 바빴고, 절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만으로 벅찼으니 그런 작은 행동의 차이까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숫자를 셀 정신도 없었으니, 몇 번의 절을 더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남은 절에 힘을 실어 꾹, 꾹 해내갔다. 그렇게 이어가다보니 머릿속이 텅 비었다. 머리가 비어진 게 얼마만인가. 108배가 끝나고 나는 오랜만에 멍을 때렸다. 이마는 카펫에 있던 먼지가 붙어 더러워져있었다.
다음 날에는 러닝을 했다. 땀에 젖고 싶었다. 뛰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올바르게 뛰는 법은 있겠지만, 그것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죽진 않는다. 가보지 않은 공원을 갔다. 기숙사 뒤편에 위치한 공원. 자주 가던 곳보다 관리가 덜 되어있었고, 사람이 적었다. 강아지는 목줄 없이 뛰어놀고, 골대는 망 없이 기능하고 있었다. 나는 뛰었다. 뛰다 울었다. 세상에 서러운 것이 뭐 이리 많은지. 나는 혼자인데, 공원에는 가족들이 많아서 우울해진다. 나는 그 사실을 호주에 온 며칠동안 배웠으면서도, 또 공원을 찾은 것이었다. 결국 공원을 빠져나왔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또 뛰었다. 기숙사 정문이 보일 때까지 뛰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입을 꾹 닫고, 코를 쿰을 쉬었다. 셔틀런 수행평가를 하던 중학생 때가 생각났다. 금세 정문에 도착했다. 힘들면 잡생각이 들지 않는구나.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얼거렸다.
나는 생각이 많고, 그것들은 날 고통스럽게 한다. 정기적으로 생각을 빼줘야 한다. 울거나, 땀을 빼거나, 글을 쓰거나. 우는 것은 질리고, 땀을 빼는 것은 힘들어서, 나는 글을 쓰는 것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