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기숙 Jun 17. 2024

글쓰기 여행

  

 2022년 5월은 특별한 달이다.

산청 지리산도서관 ‘지리산 행복 글쓰기’ 강좌가 개설되면서 나의 서툰 글쓰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작가님의 강의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아, 우리 거제야!」라는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바람결에 오래오래 걸려 있었다. 이 글은 감사하게도 <서부경남신문>에 게재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아버지의 노래가 똑똑히 명확하게 들려온다. 가끔 짠하게 스며드는 이 그리움은 윗입술을 타고 코끝까지 벌렁거리게 한다.     


 한 번은 음식에 대한 글제를 받고 「어머니, 시장가요!」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 유난히 차갑고, 빈틈없으신 시어머님과 음식 이야기이다. 평생을 근검절약이 미덕이라는 신념으로 사신 어머니. 아무리 좋은 음식을 대접해도 야단치시던 어머니, 독서를 좋아하시고, 공부하시기를 즐겨하신 어머니는 지금 천국 여행을 떠나신 후 아직도 소식이 없으시다.      


 이렇듯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글로 남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동인지 3권을 출간하면서 ‘출판기념회’ 행사를 감격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해 오월 어느 날에 시작된 이 여행이 지난해에는 마침내 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블로그 플랫폼에 내가 쓴 작품을 올리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직은 부족한 나에게 작가라는 거창한 이름이 주어진 그날 ‘내게 이런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참 부끄러웠다.

 이 공간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 깃든 자연의 섭리를 다양한 색으로 채색한 멋진 힐링 코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이 공감하다 보면, 많이 부족하고 미흡하나 또 다른 나의 글이 탄생되기도 한다. 저마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로 살아내고 있는 글들을 맛보고 즐기고 있다. 따듯한 단맛, 가슴 시린 쓴맛, 유쾌 통쾌한 신맛, 눈물 나는 매운맛까지.

    

 브런치스토리 맛에 빠져들 즈음 ‘지리산 행복 글쓰기’ 문우들과 ‘천왕봉 문학회’를 거창하게 결성하게 되었다. 매월 주제를 가지고 정기적인 여행을 시작하였다. 글이라는 것이 때로는 잘 써질 때도 있지만 도저히 첫발이 안 떨어질 때도 있기 마련이다.

몇 번이고 다듬고 다듬은 글을 들고 갈 때는 작은 설렘도 있다. 반가운 회원들이 어떤 합평을 해줄까 하는 기대감은 이 여행의 특별한 묘미다.


 ‘시작은 힘들지만 끝났을 때 기분 좋은 일을 하며 살아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운동이라는 것이 딱 이런 것이다. 시작하긴 싫어도 끝나면 정말 좋은 것이 운동이다. 글쓰기 여행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끝나는 날은 알 수 없으나 이 여행이 끝났을 때 ‘참 좋았다’라고 회상하는, 세상에서 제일 긴 나만의 여행이 되길 소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