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몬드봉봉 Oct 21. 2023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언제부터였을까

어느새부터

나 역시 이 말을 달고 살고 있더라


어느새부터,

도대체 어쩌다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에 당연하다고


우리 부디 익숙함에 속지 말자는 말을

울컥하는 마음으로 토해내봅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즐겨하는 나는 줄곧 '준비된' 말, 스피치를 하고 나면 큰 박수를 받고는 했다. 스피치나 작문 대회에서 대상도 여러 번 받곤 했었다. 어쩜 그렇게 말을 잘 하냐며, 실은 아닌데 말이지. 절대 내가 겸손해서 손사래 쳤던 게 아닌데, 치밀함으로 포장한 것 뿐이었는데. 내가 나를 너무 잘 아는데.


겉과 속이 다른 나를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무력감을 느꼈다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싶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일단 당장의 내신이 중요하니

성적을 챙기느라 바빴다

정작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던,

교육의 모순이다

교육을 탓하면 끝도 없으니

교육 자체는 잘못 없다고 치자


말도 안 되지만.




나부터가 모순이었다

교육의 존재 이유는

자아실현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글쎄다, 어째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어쩔 줄 몰랐다


"걱정 마. 대학 가면 바뀌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에게 그것을 바랐다

기대했다

실망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싶어

다른 대학 친구들, 언니들에게 물었다


어라 이상했다

분명 나만 느낀 게 아니라는데

왜 다들 아무렇지 않아하는 거지


아니야 근데 다들 즐거워 보이더라

내가 적응을 못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 그런 거지

그래야만 해

정말 그래야만 해

내가 문제여야만 해

내가 문제여야 한다고, 세뇌시키기 시작했다


지나고 보니

애꿎은 대학에게 책임을 묻고 있더라

대학은 대학이고 나는 난데

대학은 오라 한 적 없고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었는데

책임을 떠넘기고 있더라

탓하고 있더라


내가 바랐던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만둔다는 옵션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럼 어떡하느냐고요

그렇다고 때려치기에는

나는 너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10대를 꾸역꾸역 버텨온 나는 다짐했었다

배움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사랑해야지


어느새부터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려,

선택하지 않은 이들은 애써 해명을 해야만 했고


그걸 본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는

어느새부터 우리는,


"그래도 가야지 어떡해."






"Anybody"


"아무나"라는 말, 참 좋은 말이다


<한끼줍쇼>에서 아홉 살 어린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한 출연자의 말에 효리 언니는 곧바로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그냥 아무나 돼.” 아, 참 좋은 말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다 싶었다.

 

효리 언니, 저도요

열아홉 어른이도 아무나 되어볼게요





이전 13화 네? 교대 간 거 후회 안 하는데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