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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니 Oct 22. 2023

네? 교대 간 거 후회 안 하는데요?

초등교사 엄마, 교대생 딸


정말 후회 안 해요


"가봤으니까"


23.08.16 (수)





막연한 두려움은

경험의 부재로 인한 것이니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정말 '그냥' 해보는 방법 뿐이라는데


만약 대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두려움과 초조함에

언제든 아무 대학에 들어갔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만약 누군가



"해봤어?"


"..."


"해봤냐고."


"..."


"안해봤잖아."






"해봤어?"


"응."


"끝까지 안 가봤잖아."


"공부하고 싶은 게 생겼어. 그리고 내가 원하던 곳이 아니었어."


"해봤냐고. 모르잖아."


"안해봤지만 그래도 잘 알았어. 우리 엄마가 초등교사시거든."


"...그래도 너가 경험한 건 아니잖아."


"맞지. 그런데 나는 내 가능성이 더 궁금해."




초등교사 엄마, 교대생 딸

초등교사 엄마, 교대생 딸


"교대 졸업하면 다른 진로도 많을 걸."


"다들 그렇게는 말하지만, 아무도 없었잖아요..."


"좋아하는 거 찾아. 학점 걱정도 덜하잖아. 학교랑 병행하면 되잖아."


"엄마,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 제 성향 아시잖아요."


"학점 챙기지 말고 졸업만 하자..."


"엄마, 그럼...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저는 제가 흥미를 느끼는 걸 배우고 싶어요."


"학교 다니면서 천천히 결정해. 아직 시간은 많아."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금만큼의 용기는 못 낼 걸 엄마도 아시잖아요... 곧 임용일 텐데요."


"휴학으로 하자..."


"...엄마, 저도 사실 두려워요. 저도 당연히 휴학으로 하고 싶어요. 그런데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자퇴생의 신분이 필요해요. 1학년은 휴학해도 안 된대요."


"자퇴 말고 휴학으로 하면 아빠가 컴퓨터 학원 보내주신대."


"...엄마, 저는 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하루종일 몰두해 있고 싶고 경제적인 부담을 드리고 싶지도 않아요. 부담 돼서 공부도 제대로 못할 걸요."


"..."


"그리고 저... 어차피 다시 안 돌아올 것 같아요. 휴학해도요."


"..."


"전액 국비 지원에다 훈련장려금도 준대요. 편의점 알바랑 과외도 계속 하면 돼요. 용돈만 지원해주세요."


"..."


"엄마, 죄송해요. 지금이어야만 해요."






가봤기 때문에 교대에 미련이 없었다. 1학기를 다닌 것에 결코 후회가 없는 데에는 사실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첫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짝사랑에 그쳤지만 누군가를 마음껏 좋아해봤고 표현해봤기에, 아쉬움은 있을지 몰라도 후회는 없다. 세상에, 내가 쿠키를 굽게 될 줄이야.


둘째, 흥미롭게 들은 수업이 하나 있었다. 미술교육과 교수님께서 진행하셨던 '시각커뮤니케이션실습' 수업이었다. 이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


‘나는 시청각적인 아름다움에 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


미적인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그것은 글이었고, 음악의 선율이었고, 이따금씩은 그림이었다.


‘성향’은 잠재된 성질, 즉 가능성과 잠재성을 의미한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나의 이러한 성향은 단순 취미일 것이라 쉽게 단정 지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피카소나 모차르트 저들 마냥 뛰어난 것 같지도 않은데, 절대로 성향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니면 어떡하게. 민망하잖아.


나의 성향은, 내 가능성과 잠재성은 존재하지 않는듯 했다. 죽은 줄 알았다.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다. 스스로를 가둬버리니, 나를 몰라버리니.


실은 오래전부터 코딩의 세계가 궁금했었다. 무에서 유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였다. 가만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꽤나 분포해 있던 분야였다.


이는 내가 교대에서 ‘컴퓨터교육과’를 심화전공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美)를 추구하며 동적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엔지니어가 존재했다. 물론, 내 적성에 맞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맞든 안 맞든 이 세계에 한 번 흠뻑 빠져봐야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흠뻑 빠져보고자, 자퇴를 결심한다






당연히 ‘’들만의 영역이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너무 당연하잖아


그런데 말이지


어째서 나는 내 창의성을 의심하고 있었을까. 나의 창의성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어째서 하지 못했을까. 내가 그간 해왔던 글쓰기가 창조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그리고, 7살 때 시작한 플룻이 예술의 한 부분이라는 걸 왜 알지 못했을까.


9년 전에 시작한 글쓰기로, 문학상이 말해줬잖아. 10년을 함께한 플룻이 실은 처음부터 말하고 있었잖아.


왜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째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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