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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10. 2023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하는 온기

 나는 외향형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늘 마음에 관심과 걱정을 갖고 있었지만 바빠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지금 연락받을 분이 쉴 시간인데 방해할까 봐 등 다양한 핑계를 뒤에 업고 마음만 쓰고 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갖는 시간들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을 줄여서 갖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못한 일만큼 나는 잠을 줄여야 다.


 이런 마음은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랑이 10번 넘게 보낸 메시지에 1~2번의 답변, 그 외에는 모두 모아놓고 집에 가서 구두로 이야기하였다. 친청 식구들은 딸의 생사를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심해졌다. 인스타를 할 시간에 연락을 하면 되는데 인스타로 내 일과를 간단하게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니 굳이 안 해도 된다. 인스타 메시지가 오면 간단히 대답하고 메시지에 하트만 눌리면 끝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일을 줄이면 되는 것이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의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일들이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프고 나니 그 일들은 모래알처럼 스르르 내 손을 벗어났고 나에게 남은 것은 나를 이해해 주고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던 인연들이었다.


 딸이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연신 해오며 잘 먹어야 잘 회복할 수 있다며 주중에 올라오셔서 아이들 등하원부터 학교생활 전반을 책임져준 부모님과 병 회복에만 신경 쓰라며 주말에는 아이들을 본가로 데리고 가 돌보아주시던 시부모님. 나의 작은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세심히 살펴주고 모든 집안일과 출퇴근길 기사가 되어준 남편. 그리고 항상 작은 것도 기억해 와서 엄마에게 재잘재잘 잘 지내고 있음을 알려주며 행복을 전해주는 두 아이들이 항상 나의 곁에 있었다.


 또한 청신경종양 고백에 나보다 더 많이 울며 괜찮아만 반복하던 A양부터 병 휴직을 쓸 생각이 없다는 말에 돈 때문이면 자신이 다 낸다고 다 빌려줄 거라고 이야기하던 B 양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배꼽 잡게 웃겨주던 C 양. 그런데 그 A, B, C양은 매번 바뀌었고 수많은 A, B, C양이 쓰러져 가는 나를 지탱시켜 주었다.


 유치원 동료들은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 주었다. 내가 없는 동안의 빈자리를 아이들에게도 업무적으로  꼼꼼하게 메꿔주시고 "선생님 없으니까 티가나요. 그런데 어째 어째 잘 막고 있어요. 신경 쓰지 마요.  선생님이 들어가기 전에 다 해놓고 가서 수월하니 유치원 생각 그만하고 쉬어요. 편히 쉬어야 빨리 회복하지"하며 도닥여주었다. 병휴가를 짧 게 쓰려는 나에게는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 못 쉴 거면 후배를 위해서 쉬어요. 그렇게 아프면서 출근하면 후배들도 관리자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가 보다 하고 아픔을 참게 돼요. 당연히 아프면 쉬는 문화에 일조한다고 생각해요. 피해 끼치는 거 아니야. 언니로서 하는 말이야"하며 다시 누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꾸준히 새벽기도와 힘이 나는 노래를 동영상으로 보내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그리고 일면식 하나 없음에도 나의 치료과정을 일기로 적은 블로그의 글에 매번 들려 댓글로 위로를 전해주시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의 글에 위로받았다며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도 하였다.

 항상 힘이 들 때마다 그 글들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힘을 내본다. 부끄럽지만 그중 일부를 공개해 본다

돌발성 난청이 생겨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요.
여러 가지 하고픈 말이 많은데 써지지가 않네요.
근데 굉장히 의지력이 남다르시고, 가족 간의 사랑이
느껴져서 힘든 순간에도 의지할 든든한 가족 같아서
부럽습니다.
이겨내실 거고  꼭 그렇게 되길 기도할게요.
-그***, 2023.5.14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연년생 두 아이맘입니다.
학비업무 처음하면서 도움 많이 받았고
선생님 열정과 성실에 도전도 많이 되었었어요.

오랜만에 블로그보고 제가 더 마음이 속상했었지만 담담히 하루하루 이겨내시는 모습에 희망을 봅니다.
지치지 마시고 힘내세요^^매일 더 나아지실 거라고 믿어요. 멀리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선생님 분명 쾌차하실 거예요.
-셰******, 2023.5.21.


치료일기를 쭉 읽어 보고 감동했습니다. 치료와 증상에 대해서 기록해 주신 것도 도움이 많이 되고 멘털 관리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아요!!! 저도 최근에 돌발성 난청과 어지러움 증상이 있어서 비슷한 치료과 검사를 했어요.. 사실 제일 무섭고 두려운 상황이 청신경의 종양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마주하고 이렇게 담담히 기록해서 블로그에 공유해 주시니 감사하고 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저도 용기를 얻어갑니다.
-앨**, 2023.6.15.



반가운 글입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많이 걱정되고 염려되었습니다. 복직을 하셨다니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한편 선생님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한 템포 천천히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bl*******, 2023.6.16.

안녕하세요! 저희 아빠가 최근에 돌발성 난청이 발병해 찾아보다가 쭉 글을 읽게 됐습니다. 글에서 속상함도 많이 느껴지고 정말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으셨다는 게 느껴지네요,  꼭 증상이 더 나아지셔서 예전 일상을 되찾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찡*, 2023.6.28.


 아프고 나니 그래도 아프기 전 나 좀 잘 살았다 싶다. 세상에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로 이렇게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일복이 많은 만큼 인복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표현해 주는 관심이 얼마나 따뜻한가를 새삼 느꼈다. 아픈 와중에도 긍정적인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미뤄놓은 일도 내가 이뤄놓은 일도 아닌 작고 약해진 나를 산처럼 감싸 안아준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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