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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Aug 04. 2023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쓰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힘이 들더라.

8 "하지 마 절대 하면 안 돼!"라고 이야기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가 맞는 것일까? 나는 요즘 주변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그냥 쉬고만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 늘어난 수만큼 하고 싶은 것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청신경종양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피로와 스트레스는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는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이 예민하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뾰족한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일에 몰두하고,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능가한다. 그렇기에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한 퀄리티에 만족하지 못하면 잠이 들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러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절대! 저어 얼대! 일을 늘리지 말라는 엄포령을 내리고 있다. 그저 내가 해야 할 것은 내 몸과 마음을 챙기고 지금 현재 유치원 업무에 충실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자꾸 그 말이 고깝게 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치 바보에게 바보라고 이야기를 하면 상처를 받듯이,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대로 나는 주저앉아 도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너무 큰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쉬어야 한다는 생각과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하루에도 수십 번 싸웠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힘이 든다.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고, 다들 어떤 일이든 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 자리보다 퇴행한다는 생각에 나의 자존감은 떨어져 가고,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졌다. 지금 이 시간을 무엇이라도 하며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처지를 비관하는 나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 '오늘의 나'는 일단 저질러보고 '내일의 나'가 수습을 하였는데 '오늘의 나'가 저지른 일이 없으니 '내일의 나'는 할 것이 없었다. 이대로 뇌가 굳어버릴까 걱정도 되었다. 뇌도 근육처럼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리스트로 적어본다.

1. 심리학 석사과정 도전하기

2. 유아교육 박사과정 도전하기

3. 1달에 책 2권씩 읽기

4. 내 이름으로 된 책 내기

5. 교사대상 강의 넓혀가기

6. 영어 원서 논문 읽

...


빼곡하게 적힌 글들 속에서 내가 지금 저지를 수 있는 것은 1달에 책 2권 읽기와 영어 공부 시작하기 정도이다. 그 마저도 책장이 아주 느리게 넘어가고 있다. 글자가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짧은 공문들을 읽는 것에 적응이 되었고, 1일 1 쓰기가 생활화된 나로서는 읽는 것이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도 무작정 읽었다. 읽는 것이 어려우면 손으로 쓰며 읽었다. 그러니 어느 순간 1달에 책 2~3권은 너끈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 드래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자주 작게 세분화하였다. 그 세분화한 것 중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하였다.


대학원에서 영어 원서 수업이 진행된다. 바로 꾸역꾸역 원서 논문읽는 것은 그저 할 일 체크를 위한 노동일뿐이다. 십수 년 전 손을 놓은 영어 아이들 영어 동화책을 펼치며 영어에 친숙해지는 것부터 유아교육과 관연 된 단어를 외우는 것 등 단계를 세분화하면 못 할 것은 없다. 원대한 목표를 하는 것이 아닌 그를 위한 세부목표 A-1 정도를 하는 것이다.


누구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속도에 맞춰 걸어가다 힘든 날은 원두막에서 낮잠도 자고, 괜찮은 날은 경보도 하며 꾸준히 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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