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꼬르 음식탐험.
짝꿍과 나는 엄청난 식食파트너이다. 웬만해선 음식이나 메뉴로 갈등을 빚어본 적은 없다. 99% 단언컨대, 짝꿍님께서 까다로운 내게 잘 맞춰주는 것일 거다.
식파트너님과 이튿날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프렌치 음식을 먹기로 했다. 발리의 감성이 들어간 프렌치라니! 심지어 푸아그라(거위는 아니고 오리간이지만)를 1만 4천 원가량에 먹을 수 있고, 발리산 채끝등심 스테이크도 단 돈 1만 2천 원! 한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배 터지게 먹는 호사를 누리고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아뿔싸, 높은 구글 평점과 극찬과는 달리 텅 빈 레스토랑.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 역시 발리에서 프렌치를 정한 게 패인이었을까?
걱정도 잠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우리 또 발리 언제 오지?'라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올리브를 좋아하는 짝꿍을 위해 시킨 블랙 올리브 타페나드도 맛있었고, 푸아그라는 함께 나온 데니쉬 빵과의 조합이 좋았다. (팁: 푸아그라는 으깨며 발라먹지 않고, 통으로 올려먹는다.)
마지막 대망의 텐더로인 스테이크. 발리산 소고기는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정말 처음 먹어보는 식감이었다. 이 소의 특징인지 아니면 숙성을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 부드러운 육질에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고기에 아삭 하단 표현이 나조차 생소하지만, 정말이다! 고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짝꿍님께서도 이런 식감은 처음이라며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진짜 맛집에서는 디저트까지 꼭 맛보고 나오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럼케이크까지. 이 순간만큼은 여느 나라의 왕도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