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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23. 2023

2023년 6월 발리 여행-5

여행 이꼬르 음식탐험.

짝꿍과 나는 엄청난 식食파트너이다. 웬만해선 음식이나 메뉴로 갈등을 빚어본 적은 없다. 99% 단언컨대, 짝꿍님께서 까다로운 내게 잘 맞춰주는 것일 거다.


식파트너님과 이튿날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프렌치 음식을 먹기로 했다. 발리의 감성이 들어간 프렌치라니! 심지어 푸아그라(거위는 아니고 오리간이지만)를 1만 4천 원가량에 먹을 수 있고, 발리산 채끝등심 스테이크도 단 돈 1만 2천 원! 한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배 터지게 먹는 호사를 누리고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아뿔싸, 높은 구글 평점과 극찬과는 달리 텅 빈 레스토랑.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 역시 발리에서 프렌치를 정한 게 패인이었을까?


걱정도 잠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우리 또 발리 언제 오지?'라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올리브를 좋아하는 짝꿍을 위해 시킨 블랙 올리브 타페나드도 맛있었고, 푸아그라는 함께 나온 데니쉬 빵과의 조합이 좋았다. (팁: 푸아그라는 으깨며 발라먹지 않고, 통으로 올려먹는다.)

마지막 대망의 텐더로인 스테이크. 발리산 소고기는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정말 처음 먹어보는 식감이었다. 이 소의 특징인지 아니면 숙성을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 부드러운 육질에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고기에 아삭 하단 표현이 나조차 생소하지만, 정말이다! 고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짝꿍님께서도 이런 식감은 처음이라며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빨리 먹겠다는 일념하에, 허겁지겁 남긴 사진 단 한 장.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진짜 맛집에서는 디저트까지 꼭 맛보고 나오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럼케이크까지. 이 순간만큼은 여느 나라의 왕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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