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법 김웅철 매일경제신문사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여러모로 우리나라가 참고해 볼 여지가 많은 나라다. 촌구석인 우리 동네에 까지 퍼져있는 스타벅스는 치매를 뜻하는 dementia, D카페를 운영해 치매환자, 가족, 주민들의 정보 교류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 초고령자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불필요한 노선버스를 줄이고 이를 대체하는 예약제 합승 이동 승합차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들을 대신해 장보기, 요리, 청소, 가사대행을 넘어 말벗과 여가활동을 같이하는 가족대행 서비스 회사가 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맞게 일상 생활에서 템포를 늦추는 배려도 돋보인다. 고령자 전용 슬로계산대, 횡단보도 보행자 점등시간 연장, 엘리베이터 문닫힘 속도와 에스컬레이터 속도 늦추기 등이다. 고령자가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형 유료 노인 홈 요양원, 간병에서 제일 힘든 부분이 배설케어이다. 피간병인도 스스로 배설하기를 제일 희망하여 요양원 중에는 특수 장비를 갖춘 기저귀없는 요양원, 고령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늙어가는 시대에 반려동물 요양원 등 다채로운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제도적인 변화도 보인다. 도교대학교 교수 아나가와 노리유키는 '인생 100세 시대에 20대에 몇년 배운것으로 평생 써먹을 수 없다'라며 20-40세, 41-60세, 61-75세 인생에 두세번 전직이 일반화되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전직을 위해 부업과 겸업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연금감액제를 폐지하여 고령자의 취업을 장려한다. 고령자가 많아지는 사회에 사회보험료를 내는 취업 고령자가 많아져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될거라고 주장한다. 고령자의 재산관리도 문제거리이다. 저자는 이를 치매머니라고 부른다. 고령자의 간병에 기여하는 자의 상속권리를 강화하고 재산을 가족신탁이나 성년후견인 제도를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의 고령자들 중에는 고가의 수집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오타쿠 1세대가 있다. 이들이 생존해 있을 때 생전 견적서비스로 유품견적을 받고 재산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령자 중에는 묘지마련, 장례준비, 유언장 작성, 제3자에게 유산 증여 등 적극적으로 인생 정리 활동을 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일본 고령사회 소설가 '가키야 미우'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늙고 죽는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일이 정말 힘든 일이 듯 노인 또한 그리 간단하게 죽지 않는다. 사고가 아닌 이상 누구든 길던 짧던 간에 누워서 일정기간 수발을 받아야 한다. 이런 사실을 부정한다면 정말 살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노인뿐만아니라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약자를 보살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야 비로소 선진국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