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웬수 같은 동생이 하나 있다. 애증관계라 웬수가 아니라 '애'는 없고 '증'만 있는, 순수한 원수 지간이다.
십 대 때 너무 힘들게 해 반년만에 우리 엄마 허리가 휘고 머리가 새하얘질만큼 이 아인 온 갓 망나니 짓을 하고 다녔는데, 삼십 대 중반인 지금도 제대로 된 어른 노릇 못하고 살고 있다. 그 한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그냥 못 본 척 괜찮은 척 지내오는데, 가끔씩 결국 못 봐주고 한마디 할 때가 있다.
우린 서로 워낙 관계가 오랫동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의 마찰이 있어도 싸움은 순식간에 산불처럼 번지고, 서로 독기 가득한 말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고 나면 한동안 내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곤 한다. 20여 년 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한 화산처럼 절제할 수 없이 튀어나옴과 함께, 잘 지내던 관계를 다시 무너뜨렸다는 자괴감과 여태 그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서러움과 외로움이 뒤죽박죽 한데 섞여 깊은 우울감에 빠진다.
이번 주말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다투었고 우린 연락 단절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일 년에 한 번 꼴로 있는 일이지만 겪을 때마다 내 마음은 추스를 수 없이 무너져 버린다. 일요일 싸우곤 근처 공원으로 달려가 엉엉 울었는데도 마음이 안 풀렸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감정이 진정이 안되고 우울해 불쑥불쑥 눈물이 난다. 입맛도 잃었고 무기력하다.
그래도 너무 여러 번 겪고 나니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겼는지, 한편으론 덤덤하게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입맛이 없어도 맛있는 거 먹으려고 노력하고, 혼자 있으면 감정이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니 한동안은 짝꿍집에 피신을 가있기로 했다. 몸에 활기가 돌도록 운동하는 것도 필수다.
'왜 꼭 말을 그렇게 해야 했냐' 나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않고, 그냥 있는 감정 그대로 받아주고 토닥토닥거려주는 중이다. 아프면 아픈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무기력하면 무기력한 데로. 이 또한 언젠간 지나갈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