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차를 몰고 30-40분을 운전해 파포스 시내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 웬만한 물건들은 영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표들이지만 진열돼 있는 상품들을 자세히 둘러보면 현지 특유의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1. 타히니
꿀과 잼이 진열된 부분엔 영국보다 훨씬 다양한 상표의 타히니가 구비돼 있다. 볶은 깨를 갈아 땅콩버터처럼 만든 타히니는 훔무스 소스나 할바 디저트에 들어가는 주재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키프로스 음식인 타히니빵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 마스틱
주로 지중해 지역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로, 그리스의 키오스 섬에서 주로 생산되는 마스틱 나무에서 추출한 수지라고 한다. 소나무 향을 띄며 주로 페이스리나 아이스크림 등에 쓰인다고 한다. 짝꿍 어머니도 빵을 만드실 때 가끔 마스틱을 사용하시곤 한다.
3. 베사멜 소스 가루
버터와 우유로 만들어진 베사멜 소스는 라잔느나 그라탱등 서양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소스지만 액체 형태로 유리병에 담겨 스파게티 소스와 함께 진열해 놓는 영국 슈퍼마켓과는 다르게 가루형태의 제품을 밀가루 옆에 진열해 둔 게 신기했다. 제품 표지엔 마카로니와 다진 고기, 으깬 감자로 만든 그리스식 라잔느 '마카루냐(Makaronia)' 사진이 있는 게 인상 깊었다.
4. 이코노스타시스 물품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되는 향료와 램프용 오일, 빠르게 점화되는 숯 등이 물건들이 한 곳에 진열돼 있다. 숯 포장지엔 세 명의 동방박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성당 물품칸엔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 용사 그림이 그려진 성냥도 진열돼 있는데, 어울리지 않게 '메이드 인 스웨덴'이라고 적혀있는 게 재밌었다. 성냥 4갑에 1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기념품으로 사 오고 싶었던 물건이다.
5. 다소 촌티 나는 포장들
나체로 거품 목욕을 즐기고 있는 요염한 여인의 그림이 그려진 스펀지 포장.
60년대 요리책에서나 나올법한 음식 사진.
빨래 세제를 연상케 하는 파란 소금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