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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Dec 20. 2024

태국식 망고찹쌀밥

런던, 오늘의 식탁 - 12월 13일

저녁은 조금 특이하지만 디저트로 먹을 생각이었다. 이번주 초에 재료들을 준비해 두었는데 아직까지 만들 겨를이 없어 빨리 해치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메뉴는 바로 망고찹쌀밥. 


코코넛 밀크로 향을 낸 꾸덕한 찰밥에 망고를 곁들이는 카오 니아오 마무앙(ข้าวเหนียวมะม่วง)의 매력은 소금과 설탕을 넣어 만든 코코넛 소스에 있다. 달콤하면서도 짭짜름한 소스에, 코코넛향의 부드러움과 망고의 새큼함.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후식이 바로 망고찹쌀밥이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디저트이지만 태국 식당에서 자주 시켜 먹지 않는 이유는 정식을 먹고 나면 찹쌀밥을 후식으로 먹기엔 배가 너무 부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망고찹쌀밥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얼마 전 중국 슈퍼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찹쌀을 산 기념(?)으로였다. 


난 혼자 작은 집에 살기 때문에 자리 차지하는 물건수를 줄이기 위해 쌀은 한두 가지 종류만 가지고 있으려 한다. 현재 구비해 둔 쌀은 한식 만들 때 사용하는 현미, 인도식용 바스마티, 라이스푸딩 또는 리조토 만들 때 쓰는 아르보리오이므로 정량 초과 상태인 건데 너무 찹쌀이 먹고 싶어 사버린 거다. 찹쌀은 지난 토요일에 불려두고, 망고는 월요일에 사두었으니 준비해 두고 참 오래도 기다렸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찹쌀을 냄비에 20분간 쪄야 한다고 나와있었다. 살짝 익힌 후 코코넛 소스에 담가 코코넛 맛이 흠뻑 스며들게 해야 해서 그런 것 같다. 집에 면포가 없으니 빨래하고 개어둔 깨끗한 티타월로 찹쌀을 감싼 후 냄비에 넣어 쪄주었다. 


밥이 익는 동안 코코넛크림을 만든다. 코코넛 밀크와 소금과 설탕을 넣고 살짝 졸이면 끝이다. 밥이 다 익으면 코코넛 크림을 밥에 섞어주고 코코넛향이 충분히 밥에 배이도록 10분 정도 기다려준다. 그리고 잘 익은 망고를 밥과 함께 서빙하면 되는 것이다. 깨를 살짝 볶아 위에 뿌려주면 맛은 배가된다!


으흐흐 - 내가 만든 음식이 정말 기대될 때 난 이렇게 웃곤 한다. 


윽. 한껏 부푼 마음을 끌어안고 한 숟갈 가득 망고찹쌀밥을 입에 넣은 나의 미소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코코넛향이 가득해야 할 찹쌀밥은 비누맛으로 가득했다. 내 혀가 잘못된 건가 싶어 몇 번이나 더 먹어봤지만 분명 비누맛이었다. 티타월을 빨래할 때 사용한 섬유유연제향이 찹쌀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일주일 동안 한껏 기대하며 만들었던 나의 망고찹쌀밥은 그렇게 허무하게 쓰레기통에서 운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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