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늘의 식탁 - 10월 1일
커스터드나 크림을 가득 채운 뒤 초콜릿을 입힌 프로피테롤.
어릴 적 엄마가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꼭 한 박스를 사오곤 했다. 그날 저녁엔 온 가족이 식사를 마친 뒤, 디저트로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핟. 그 달콤한 순간들이, 내겐 프로피테롤의 맛보다 더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혼자 살게 되면서, 프로피테롤은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디저트가 되었다.
슈퍼에서 산 프로피테롤 슈 안에는 크림보다 빈 공간이 더 많아, 한 입 베어 물면 갇혀 있던 공기가 휙 빠져나가며 슈는 입 안에서 힘없이 가라앉아버린다. 입안을 가득 채워야 할 크림은 슈 바닥에 살짝 묻혀 있는 수준이고, 위에 얹힌 초콜릿은 내 입맛엔 너무 달다. 먹고 나면 늘 닝닝한 뒷맛만 남는게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프로피테롤이다.
그런데 요리 학원에서 직접 만들어본 프로피테롤은 완전히 달랐다.
카카오 함량 60%의 다크 초콜릿을 사용하고 크림도 직접 휘핑해 막 구워내 바삭한 슈에 가득 채웠더니...역시 급이 다르다. 신선한 크림이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과 어우러져, 한 입 베어 물면 작은 행복의 폭발 그 자체다.
프로피테롤은 하인들이 먹던 짭짤한 음식이었다.
크림 퍼프라고도 불리는 이 프랑스 정통 디저트의 뿌리는 사실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다.
17세기, 하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만들어주던 작은 빵에서 시작됐다. 그때의 프로피테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빵 반죽을 구워 내장 요리나 치즈, 고기 등을 채운 뒤 수프에 넣어 먹는 짭짤한 음식이었다.
프로피테롤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profi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익'이나 '혜택'을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하인들에게 팁처럼 작은 빵을 주던 문화에서 비롯됬다.
이후 슈 반죽이 발명되면서 프로피테롤은 디저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 마리 앙투안 카렘이 처음으로 슈에 크림을 채우고 따뜻한 캐러멜 소스를 얹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달콤한 프로피테롤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하인들이 먹던 작고 소박한 빵이, 시간과 국경을 건너 오늘날 까지 작은 행복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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