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적이타주의자 Mar 12. 2024

누수로 인한 사업장 폐쇄 내 잘못인 것 같습니다.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떤 일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화가 나기보다 생각하기 싫어지게 됩니다.

저는 파티룸을 운영을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사업을 접게되었어요. 생각하기 싫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나의 심정과 그 간의 과정을 적었습니다.


사업 시작, 누수의 시작

6개월 전 저는 '공간대여'사업을 결심하고 오프라인 매장 하나를 차렸습니다. 당시에는 금방 떼돈을 벌 것만 같았습니다.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에서도 기쁨만 존재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테리어 도중 '누수'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바로 중개인에게 말했지만, 건물주와 이야기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2023년 8월 14일 처음으로 건물주에게 문자로 누수를 발견했으니 조치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누수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고쳐주는 것이라 하셨어요. 언젠가 해주겠지라는 마음과 렌탈프리기간을 준 것을 감안해서 그냥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9월부터 저는 매일 가서 물이 차면 빼내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조금씩 쌓이면 비워내고 했습니다.


그렇게 9월 중반이 되니 첫 손님도 생겼습니다. 예약도 간간히 들어와서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10월달이 되니 슬슬 겨울이 오는지 점점 추워지더라고요. 추위가 찾아오니 누수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건물주에게 통화를 했고, 위에 있는 식당 사장님께 물어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원래 겨울에 누수가 있다. 전 세입자는 매일 가서 물을 빼면서 살았는데 왜그러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원래 있는 누수면 제가 들어오기 전에 고쳤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저는 동업을 했었는데, 동업하는 친구가 화를 내며 강력히 말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대표자는 저의 이름으로 되어있기에 저는 강력히 말을 했습니다. 강력히 말을 하더라도 해주겠다는 말만 할 뿐 실질적인 액션은 없었지만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잘해야겠다는 마음때문에 누수같은 문제 때문에 인테리어까지 다 해놓은 사업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하고, 업자분을 불러달라했습니다.

건물주는 항상 저에게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시다, 자신이 일을 하고 있어서 바쁘다, 어떻게든 해줄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누수업자들이 바쁘다" 등 다양하게 이야기했지만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저는 그런 건물주의 말을 듣고 한번은 넘어가도 괜찮겠지 하며 참아냈습니다. 제가 조금만 고생해서 매일 물을 빼면 되니까요.


누수 폭발과 건물에 있는 사람들과의 갈등의 시작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이 되었습니다. 날이 더욱 추워지니 매일 흐르는 물의 양이 더욱 커졌습니다. 하루는 너무 심각히 물이 흐른 적이 있습니다. ( 아래에 사진을 첨부할텐데 조금은 속이 거북하시다면 얼른 스킵하시길 바랍니다. )

당시 누수의 상태를 담은 영상

저는 이 사실을 당장 건물주에게 알렸습니다.


건물주 또한 사태가 심각해지자, 업자분들을 불러보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업자분들이 바빠서 기다려야한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제가 누수를 확인해보니, 배관에 기름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아서 1층 식당도 같이 확인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층 식당은 손해가 보기 싫어 자신들이 영업을 안하는 일요일에 공사를 해달라고 합니다.


화가 많이 나서 건물주에게 조금은 강력히 말했습니다. 

"매일 물을 빼고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1층 식당까지 배려를 해야하나요?" 저 말 말고도 다양한 말을 했습니다. 누수때문에 예약된 파티룸 손님들에게 예약취소도 하게 되었거든요.


길게는 1달 전, 짧게는 2주 전에 예약한 손님들은 갑작스러운 취소로 인해서 당황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손님들은 저에게 전화로 욕을 하며 변상을 하라는 소리를 했습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겪게 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은 우울하더군요. 무엇보다 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억울했습니다.


억울한 마음은 잠시 눌러두고 사과를 몇 차례 진행 후 예약금의 20%를 돌려드리니 조금은 진정이 되셨습니다. 총 3팀 정도를 취소했는데, 취소된 가격과 사과의 의미로 보상한 금액을 합하면 80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3팀 다 저에게 욕을 해서 그 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건물주는 이런 상황에서 "안해주려고 하는것이 아니다. 해줄 것이다. 업자가 바쁘다 했으니 최대한 빨리 하겠다" 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이런 상황에서 "예약 취소가 된 금액을 생각하면 월세 내면 안되는 것 아니냐. 건물주에게 강력히 말해야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1층 식당은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일요일에 공사를 해라"는 식으로 답변이 왔습니다. 저는 손님, 친구, 건물주, 1층 식당 사이에 껴서 참고 참았습니다. 뭔가 다 내 잘못같았거든요.


참다가 병이 날 것 같아서 한번은 말해야겠다 싶어서 건물주에게 통화를 했습니다. 피해본 금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누수공사를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달 월세는 못내겠다 했습니다.

건물주는 화를 많이 냈습니다. 처음부터 누수를 말해서 공사를 빨리 잡아달라하지 왜 지금와서 갑자기 누수를 빨리 잡아달라하냐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미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기 때문에 월세는 내야한다고 하면서 뭐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누수의 존재에 대해 말했지만, 업자를 부르고 있으니 3개월간 기다려준 저를 뭐라고 하는 것에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저도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통화를 끊고 혼자서 씩씩댔던 기억만 납니다. 이런 저의 멘탈을 케어해준 것은 다름아닌 '여자친구'였습니다. 여자친구는 건물주를 대신해서 욕해주어 저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더라고요.


누수업자 등장, 해결되지 않는 그 놈의 누수

살면서 '누수'라는 말을 지난 몇개월간 평생 해야하는 말을 몰아서 다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에도 누수라는 말이 반복되어 벌써 지겨우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수업자분이 드디어 오셨습니다.  1층식당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서 저희 지하만 둘러보셨습니다.

"원인을 모르겠다."라고만 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누수로 인해 물을 뺄 때 가장 짜증났던 것이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물을 뺀다고 해서 물이 안흐르는 것도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닌 당장 급하게 빼는 것이 짜증이 났습니다.


누수업자가 오면 한번에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으니 힘이 빠지더군요. 저는 그렇게 매일 사업장에 출근을 해서 교통과 누수 물 빼기를 합쳐 3시간씩 물 빼는데에만 소모를 하게되었습니다. ( 기존에는 2시간 정도 )


중간중간에는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했습니다. 육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체력도 증가되겠지? 라는 생각도 했고, 성공의 동기부여로 삼기도 했습니다. 오래가지는 않았지만요. 업자분들이 와서 모르겠다고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예전에 이 건물에 누수업자분들이 왔었다는 사실을요. 다른 업자분들 또한 "잘 모르겠다, 누수를 찾아낼 자신이 없다"라고 하고 돌아선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11월이 되서야 알게되다니, 8월달에 이야기해줬으면 인테리어를 안하고 계약 해지도 했을 것입니다. 누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계약해지를 했어야 하는데 안한 제 잘못이겠지만요. 여러분들은 꼭 이런 일이 있다면 바로 계약해지 하시길 바랍니다.


업자분은 1층을 봐야알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기에 1층 식당이 영업을 안하는 일요일에 다시왔습니다. 저는 그 때 식당 주방을 처음봤습니다. 건물에 대해서 기본지식도 없는 제가 봐도 바닥이 많이 깨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식당 특성상 물도 많이 쓸텐데 저 바닥으로 흐를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


그동안 왜 업자분들이 모르겠다 했는지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저의 사업장은 지하인데, 지하만 보고는 모르겠다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식당을 들어가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데, 항상 식당은 문을 안열어줬으니까요. (자기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강력한 신념이 있나봅니다. )


전문가분은 바닥에 전체 방수를 새로 해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1층식당과 이야기를 해서 날짜를 조율해야한다고 합니다. 방수를 하는데에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도 걸리니 1층식당에서는 노발대발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곰곰히 생각하던 건물주는 일단 임시방수를 하고 구정연휴기간에 전체방수를 진행하면 안되겠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적을 만드는 일은 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1층식당과 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중간점을 찾았습니다.


저는 물만 흐르지 않으면 괜찮으니 임시방수처리라도 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물이 만약 심각히 흐르면 일정 관계없이 다시 공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임시 방수 처리를 해서 물이 많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2시간은 써야할만큼 꾸준히 물은 샜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들을 건물주에게 말을 했지만, 12월 안에는 해주겠다는 답변만 계속해서 왔습니다.


하루하루가 미칠 것 같았습니다. 물을 빼면서 아무 의미없는 행동을 하느라 아침을 허비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또한 아침에 힘을 다쓰니, 점심에 제가 해야하는 일을 할 에너지가 없다는 사실에도 분노가 생겼습니다.

분노가 생겼다가 식으면 힘이 쭈욱 빠집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하루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누수를 치우려고 매일 앉아서 걸레를 빨다보니 골반에 엄청 큰 혹이 생기면서 몸도 아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저에게 답답한 놈이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맞습니다. 저 답답한 놈 맞습니다. 저는 적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고 중간에 껴서 제가 감당할 수 있다면 고통을 받더라도 제가 받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가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건물주의 사정도 있고 1층의 사정, 친구의 사정도 다 있을테니까요. 


[11월의 누수 사진]


다른 곳에서 생긴 누수

12월이 되었습니다. 파티룸은 11월, 12월이 정말 황금시기입니다. 예약률이 엄청나게 높거든요. 매일 문의 전화가 오고, 예약이 성사되는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예약이 두려웠습니다.


예약 받았다가 누수때문에 다시 취소하게 되면, 누군가의 연말파티를 제가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취소당한 손님은 저에게 욕을 퍼부을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두렵더라도 예약은 받아야했습니다. 임대료를 내야하기도 하고, 수익을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12월의 예약을 꽉 채웠습니다.


하지만 12월 초, 새로운 곳에서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건물주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본인의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연락이 조금은 힘들어보이셨습니다. 친구는 빨리 말해야한다고 해서 얼른 말은 드렸습니다. 연락이 오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래도 기다렸습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하시니까요.


새로운 누수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금주 손님들을 다 못받을만큼 말이죠. 그리고 물을 계속 빼지 않으면 물바다가 될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그래도 책임을 져야하니까 저는 이 날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물만 뺐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몸살은 물론, 계속 쪼그려서 앉아있어서 허리도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건물주의 연락이 닿아서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고, 누수업자를 최대한 빨리 불러주겠다는 말에 저는 새로운 누수업자라도 내일 당장 불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2일 뒤에 누수업자가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동안 물을 뺐고요. 공사날짜를 급하게 정한터라, 기존에 예약한 분들에게는 취소안내를 했습니다. 그 날은 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욕을 먹어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 사죄의 의미로 변상은 했습니다. 이미 무너진 멘탈에 욕을 더 얻어먹어도 터질 멘탈은 없었습니다.


제가 업자가 오기 전에 누수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자분에게 문제점을 말해주었더니 몇 시간도 안되어서 고쳤습니다. 하루종일 걸릴 것이라 하길래, 예약을 취소한 것인데 빨리 문제가 해결되니 괜히 취소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12월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

건물주가 12월은 임대료를 안받겠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돈을 더 가져갈 수 있지 않겟습니까? 저는 이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알렸습니다. 여자친구는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동업자와 몇대몇으로 나누냐고 물어봤고, 저는 5:5로 한다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저에게 바보냐고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책임을 지는데, 어째서 5:5를 하냐고 합니다. 저도 다른 사람이었으면 칼같이 했을텐데 친구관계이기 때문에 그냥 더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말이 맞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수익배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가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그 활동에서 나온 수익은 친구 7 저 3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5:5였습니다. 저는 초기에 키우는 것에 힘을 쏟기는 했지만, 이제는 참여를 안할 것이라 3만 요구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이제 파티룸에 대해서 7:3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조금 힘들 것 같다고 하여 6:4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친구가 하는 활동 또한 6:4로 합의를 봤습니다. 지분을 확실히 나누고 이제 수익을 정산했습니다. 아마 사업하면서 처음으로 수익을 만진 것 같습니다. 아직 인테리어에 쏟아부은 돈이랑, 인터넷 결제요금, 전기요금 등을 생각하면 부족하지만 큰 수익이라고 생각해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태까지 너무나 고생했나 봅니다. 누수를 위해 매일같이 출근해서 3시간, 2시간씩 기를 쓰고 물을 빼다보니 마음이 점점 지쳐갔습니다. 한번 더 이런 일이 터지면 더 이상은 못참을 것 같았죠.


회피에 대한 생각으로 늦은 결정을 내리다.

아까도 말했지만, 글을 읽으면 저를 답답하게 보실 것 같습니다. 8월부터 제가 참아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저는 참았습니다. 예전의 저의 성격이었다면 절대 참지 않았습니다. 불같이 화내고 속 시원하게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했을 것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할말은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저는 인생을 회피하며 살아 왔습니다. 일이 잘 안된다 싶으면 항상 회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니, 문제를 회피했습니다. 이번 사업만큼은 절대 회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해지'라는 단어를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뉘앙스로 말을 던질 수는 있지만, 막상 계약해지라는 단어를 꺼내면 한번 더 도망치는 기분이 들어서 한번 참고, 두번참고, 계속 참았습니다. 참다보니, 제 속은 문드러져갔습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화내는 사람이 되고, 남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신났다가, 하루는 우울했다가 조울증이라고 온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 제가 하고 있던 앱개발, 글쓰기, 마케팅 등도 이런 일들을 겪고 있으니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핑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영향은 있었다 정도입니다. ) 저는 더 참았다가 병이 날 것 같았죠.


1월달에 기름과 누수 한번에 터지다

1월달은 누수가 있기는 했지만, 조금씩 참아가며 버텼습니다. 매일 하던 물빼기인데 공사업자분들도 모르겠다 하시니, 그냥 넘겼습니다. "내가 그냥 고생하자! 1년만 버티고 나가면 난 회피하지 않은거야!" 라고 생각했죠. 8월까지 계약이니까 이렇게 7개월만 더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래도 끝이 있다고 희망을 걸었습니다.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요.


1월 초반에 주방쪽에 갑자기 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주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건물주에게 스트레스를 주기가 죄송해서 1주일 정도는 이야기를 안했습니다. 1주일간 매일 가서 물을 빼다가 조금 사태가 심각해져서 건물주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1월달은 공사업자분들이 바쁜가봅니다. 1월 말이 되서야 올 수 있다해서 1월 말에 공사업자와의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1월 말쯔음, 토요일 저녁에 물이 많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천장에서 새는 것, 주방 쪽 아래에서 새는 것, 갑자기 에어컨 벽면 쪽에서 새는 것 총 3군데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의 극한을 경험했고, 심호흡을 많이 하고 건물주에게 사진, 동영상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본업도 못하게 생겼다. 매일 가서 치운 시간이 너무 많다. 지금 누수가 일어나니 내일 공사업자가 와서 해결을 해주었으면 한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사업장을 방문해서 물을 뺄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은 다행히 예약이 없어서 4시간 정도 물 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해서 아침에 갔습니다.


사업장을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기름 냄새가 왜나지?" 라는 혼잣말을 하며 사업장을 보니 사업장의 절반 정도가 신발의 절반정도 오는 기름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1층 식당을 바로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영업을 해야하니 물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1층 식당에서는 자신들이 며칠 전에 배수구를 뚫었는데, 그게 문제인가 싶기도 해서 업자분을 모셔 오겠다고 했습니다.  건물주는 자신들이랑 상관없어 보이니 이제 1층 식당이랑 이야기 하라고 합니다. 저는 사업장에 생긴 물 때문에 일요일 하루 종일 기름물을 빼면서 토를 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당시에 친구들에게 이런 사진과 영상을 보내니까, 진짜 심각한 것 아니냐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제는 마음이 지쳐서 무언가 더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 하기보다 안하고 싶었죠.회피를 하기 싫어서 계속 참았던 것인데 참는 것이 회피인 줄 몰랐던 저를 반성합니다.

이미 지쳐있을만큼 지쳐있어서 더이상 분쟁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인 월요일에 1층식당이 업자분을 불러온다고 했으니 물을 다 빼고 집에 가서 잤습니다.(12시간 정도 뺐었네요.) 


아침이 되어 사업장에 나가서 1층 식당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업자분이 오셔서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결론은 또 "모른다!"입니다. 업자분은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어필했습니다. 당연하겠죠 자신이 뒤집어 쓰긴 싫으니까요. 알겠다고 하고 업자분을 돌려보냈습니다.


1층 식당은 업자분이 말한대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건물주에게 전화해서 꼭 말해달라고 저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자신의 남편이 뇌에 문제가 있다는 아픈 점을 꺼내면서 말이죠. 저는 인간이 지겨워졌습니다. 이제는 못참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동업하던 친구와 물을 뺀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랑 만나서 결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일에 바로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해주었습니다.저는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요. 그렇게 건물주에게 통화를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층 식당은 제가 나간 사이 업자분을 또 불러서 저희의 모든 사업장을 뒤졌나봅니다. 그러다 펌프를 하나 발견했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30년 정도 근무한 업자분은 그 펌프에 전원이 안들어와서 물을 지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흘러 넘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1층 식당은 저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얘기를 해주면서 전기를 껐냐고 묻더군요. 저는 전기세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매일 저녁에는 차단기를 내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알겠다고 전화를 끊더군요.


저녁이 되자, 건물주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누수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계약해지를 요구했습니다. 계약해지와 더불어 인테리어 비용과 피해보상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건물주는 누수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업자분들을 부르느라 돈도 많이 냈다고 합니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도 보험 처리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보증금에 대한 상속세 50%도 낸 시점이라서 피해보상과 인테리어 비용은 부담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200이라도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안된다고 합니다. 보증금과 1월달 월세를 안받는 선에서 해결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영업을 해도 된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하기 싫어져서 저는 Ok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일단 친구에게 전달했고 집에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내 잘못이라고??

잠을 자는 도중 전화가 걸려옵니다. 건물주입니다. 저에게 1월 말 토요일에 펌프의 차단기를 올려서 전원이 들어오게 했냐고 묻습니다. 저는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답변했고 통화가 끊겼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또 전화가 걸려옵니다. 건물주입니다.


보증금의 절반만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에 기름과 물이 올라온 것은 저희 책임이라고 합니다. 저는 드디어 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잠을 오랜만에 푹 잤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저는 화를 꾹 참고,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말했습니다.


"펌프가 있다는 사실은 어제 알았다. 그 전에 나에게 말한 내용이 있느냐?"

"펌프 차단기 문제라고 해도, 나는 매일 키고 야간에만 껐는데 그게 문제가 되느냐?"

"내가 차단기를 끈 것이 문제라면 8월부터 기름물이 올라왔어야 맞는 것이 아니냐?" 등으로 말했습니다.


건물주는 다시 보증금 + 1월 월세 면제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영업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2월 내로 사업자 폐쇄 및 가구 정리를 말합니다. 저는 이 인간이 증오스러웠습니다. 결국 자신이 영업하라고 한 것을 무르고 싶어서 이야기를 이딴 식으로 꺼내서 화를 돋우고 명분을 가져가면서 영업을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만 상대하고 싶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보증금 입금이나 해달라 했습니다.


그런데, 보증금 중 300만원은 나중에 정리가 되고 나서야 준다고 합니다. 한번 더 화났습니다. 제가 사업장을 망치고 갈 것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에 300만원은 자신들이 보험들어 놓으려고 나가고 나서 준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사업장을 망칠 것 같으세요? 어떻게 해주길 원하세요? 저는 청소라도 해드리고 가려고 했는데 그냥 가구만 치우면 되나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건물주는 좋게 좋게 끝내자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힘이 다 빠져서 그냥 그 요구대로 맞추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입씨름 하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일이 정리 되고 나서

300만원을 제외한 보증금이 이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영업도 안하니까 가구처분만 하면 됩니다. 

현재는 가구처분도 하고 2월 말에 잔금까지 다 받았습니다. 인테리어 비용 손해와 인터넷 해지로 인한 위약금 손해로 조금의 손해가 있지만 괜찮습니다.


일이 정리 되고 나니까 뭔가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글을 쓰려 해도 되지 않고, 일을 하더라도 되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인간이 증오스러워서 아무생각하지 않으려고 피시방에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옆에서 케어를 해준 여자친구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1주일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괜찮아져서 이제는 이렇게 다시 상황을 복기할 수 있게되었네요. 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서 아무 생각하기 싫었는데, 조금은 괜찮아졌나봅니다. 저는 이번 경험으로 소중한 것을 알았습니다. 참는 것이 독이 될 때도 있다는 것과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저 또한 인간이기에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1층식당과 건물주처럼 잘못을 회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저를 위로해줍니다.


앞으로의 방향

파티룸을 접고 나서 꾸준히 해오던 마케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파티룸을 운영했을 때 공간대여 플랫폼, 네이버 등에서 상위에 노출이 되어서 꽤나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제가 예전에 작성한 파티룸 전자책을 이 브런치에 올리려고 합니다.


제 브런치는 앱 개발 사업, 파티룸 사업, 광고대행사업 관련된 일에 대해서 다루고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다룰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