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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28. 2024

여름: 적도 vs 한반도

얼마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장을 다녀왔다. 예전엔 동남아시아를 방문할 때 더위와 습도가 걱정되었는데, 요즘 우리나라도 워낙 무덥고 습해서 이젠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침 일찍 회의가 시작되었고, 10시쯤 우리의 카운터 파트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래층에 커피와 간단한 아침을 차려놓았으니 먹고 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배가 고팠다. 상대측의 제안에 매우 감사해하며 코코넛 밥 조금, 닭 한 조각, 삶은 계란 한쪽, 넓게 잘린 오이 몇 조각과 고추장처럼 보이는 소스를 조금 담았다. 코코넛 밥은 향긋했고, 튀긴 닭은 바삭했다. 계란과 오이까지 매운 소스에 곁들여 먹으니 한식파인 내 입에 잘 맞았다.  내가 혼자 밥을 먹지 않게 하려 했는지, 같은 회의에 참석했던 말레이시아 측 사람들이 차례로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단한 식사를 하며, 스몰토크의 대명사격인 날씨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말레이시아는 적도에 위치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1년 내내 7:30분으로 동일하고 4계절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사계절이요, 하고 내가 물었다. 1년 내내 여름일 것 만 같은 나라에서 4계절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그러자 나의 카운터파트는 손가락 네 개를 폈다 하나씩 접으며, "Rainy, hot, hotter, and hottest"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기, 더운 여름, 더 더운 여름, 최고로 더운 여름이라니, 나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은 그 4계절 중 어느 계절이냐고 물었더니, "hottest"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한낮의 기온은 30~33도에 습도가 높아 덥기는 했지만, 올여름 우리나라도 워낙 더웠던지라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비가 자주 내리곤 했는데, 비가 온 뒤에는 온도가 10도 정도 떨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아침저녁으로는 꽤 선선했다.


내게 날씨 이야기를 던졌던 그녀가 곧 한국 출장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한국이 덥다고 들었는데 날씨가 어떤지 물었다. 아 이제 기후변화로 한국의 여름 날씨는 'rainy, hot, hotter, and hottest'의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도 걱정스러운 수준이 된 거였다. 연일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니 걱정될 만도 했다. 그녀의 일정을 보니 처서 이후 방문이었다. 나는 지금 한국은 매우 무덥지만 '처서 매직'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가을날씨로 바뀌는 마법 같은 현상이 있다고 말이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 아마 그 변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썰렁하고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처서 매직이 작동했다. 그들이 지금쯤 한국에 와 있을 테니, 이 매직도 느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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