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당근하는 꿈을 꿨다. 동전 10원짜리 100개, 즉 1,000원어치를 구한다는 글을 봤다. 10원짜리를 수집하는 모양이네, 하고 생각하고 '제가 팔게요'라고 채팅을 했다. 마침 난 10원짜리가 많았다. 10원짜리 100개에 대한 1,000원과 200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10원짜리 100개를 들고 당근을 하러 나갔다.
나는 동네에서 당근거래자를 만났다. 그런데 그는 내 10원짜리를 받을 생각만 하고 내게 값을 치르는 걸 잊기라도 한 듯 행동했다. 그래서 나는 "1,200원 주셔야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내게 값을 치러야 하는 걸 깨달은 것처럼 보였는데,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게 10원짜리로 1,000원을 주었다. 이건 뭐지, 싶었다. 내게 10원짜리 100개를 산다더니... 10원짜리 100개로 값을 치른다고?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나빴다. 거기다 200원을 더 줘야 하는데, 1,000원만 주고 나만 쳐다보는 게 괘씸했다.
내가 "200원 더 주셔야 하는데요?"라고 하자 그는 아차! 하더니 브루마블 돈을 꺼내 지폐로 내게 200원을 주었다. 내가 당근에서 이런 농락을 당하다니, 하고 뭐라도 한마디 크게 하고 싶었지만 "거래는 없던 일로 할게요"하고 돌아섰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화를 내다 잠에서 깼다.
내가 친구들을 만나 이 얘기를 하니 친구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여기서 웃긴 게 뭔 줄 알아? 00이 꿈은 각본, 감독, 배우 다 00이잖아. 그니까 저 당근 농락 사건을 계획한 건 바로 00이 자신이야. 너무 웃겨." 듣고 보니 친구말이 맞다. 나는 왜 나를 농락하는 꿈을 꾼 것일까?
친구는 말을 이어나갔다. "00이는 꿈속에서도 상대방한테 사기꾼이라고 말을 못 하고 돌아서잖아. 그게 너무 웃겨." 아 이 꿈에 의미가 있다면 바로 이거였을까? 불합리한 상황을 겪었을 때 상대방한테 화내는 연습을 하라는 걸까? 다음번엔 꼭 "야 이 사기꾼아, 너랑 당근 안 해."라고 소리쳐보기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