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행
우수아이아
우수아이아는 남미 대륙 남쪽 끝에 있는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이다.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이 보이고 바다와 접한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 며칠 동안 바위산을 오르내리느라 긴장했던 몸의 힘을 빼고 이완하며 쉬기로 마음먹었다.
펭귄 투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비글해협 투어를 갔다. 찰스 다윈의 탐사선 ‘비글호’에서 이름을 딴 비글해협은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국경을 이루고 있다. 배는 좁은 비글해협을 한참 달렸다. 하늘은 흐리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바람까지 거세 추웠다.
작은 바위섬마다 수많은 가마우지와 바다사자가 보였다. 페루 바예스타섬에서 이미 보았던 모습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배는 다시 바다를 따라 나아가다 어느 섬에 이르더니 속도를 낮추고 섬 가까이 접근했다. 귀여운 펭귄들이 보이자 선실에 있던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펭귄을 보며 환호하고 사진을 찍었다.
펭귄 투어가 끝난 후 항구와 주변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와 쉬었다. 저녁때 호텔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여성이 다수인 시위대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여성의 날 기념 행진을 하고 있다. 어린이, 유모차나 아빠 어깨에 올라탄 아기도 보였다. 전 세계 여성들이 함께하는 행사를 아르헨티나 땅끝 작은 도시에서 마주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우수아이아 국립공원 등반
우수아이아 국립공원 등반은 가볍게 걸으면 된다고 해서 등산용 스틱도 없이 출발했다. 그런데 걷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퍼붓듯이 쏟아지고 비에 젖은 산길은 미끄러웠다.
인솔자는 작년에 일행 중 한 명이 길을 잃어 모두가 고생했다며, 단체 행렬에서 흩어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산악인이 많은 우리 일행의 발걸음은 달리는 듯했다. 정신없이 걷느라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도 없고 온몸은 비와 땀에 젖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등산로는 외길인데 길 잃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산장으로 들어가니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어 따뜻했다. 난로 근처 의자에 겉옷을 널고 젖은 몸을 말렸다. 만두와 음료를 사 먹으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와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우리를 태우러 올 버스는 한참 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