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햇빛이 창문 밖에서부터 곧게 들어온다.
더 자고 싶은데 자꾸 나를 쫓아온다. 강한 빛이다.
굴절도 되지 않고 나를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깬다.
기지개를 켜며 겨우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어제 먹고 잔 라면 때문인지 종아리가 퉁퉁 부었다. 종아리를 마사지하며 허벅지까지 올라온 맥주병을 쳐다본다. 하얀 햇빛은 누구라도 데려갈 것 같은 모습으로 오래 우리 집을 비치고 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라 일찌감치 동생들보다 여러 날 집에서 빈둥거렸다.
약간 현기증이 났지만 아빠의 목소리에 거실 쪽을 쳐다본다.
“딸 밥 먹어”
왜 또 집에 있냐는 듯 퉁퉁거리며 밥을 먹으려 일어난다.
어제 야식을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다.
가스 활명수를 사러 약국에 간다. 400원짜리 활명수 한 병을 마신다.
2층 집 계단을 오르자 작은 화단이 보인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똑각거리며 균형이 맞지 않는 나무 의자와 씨름을 하고 있다.
“딸, 빨리 들어가서 밥 먹어.” 나는 흘기듯 쳐다보고 대답도 없이 현관으로 발을 옮긴다.
밑창이 닳고 닳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한 마디 한다.
“ 아빠, 오늘도 일 안 나갔어?”
“ 조금 몸이 아파서 그래 ”
“ 맨날 몸이 왜 아파.”
불편한 기색을 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아빠가 차려 둔 국과 나물, 김치를 쳐다보고 있다.
새벽까지 깎아 둔 밤을 쳐다보니 더 짜증이 난다.
늦은 점심을 먹는 사이 아빠는 간이용 톱과 캠핑용 화력으로 똑깍거리는 나무의자를 온전하게 고쳐 놓는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