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에 대처하는 심리적 기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지역 봉쇄나 영업 정지와 같은 강력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공포를 비롯해 우울, 불안,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이기 쉬운 상황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과 나를 관찰해 보니 똑같은 조건에서도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훨씬 더 심각하게 느끼고 또 다른 사람은 격리가 되든 봉쇄가 되든 그 시간을 비교적 가볍게 이겨내고 편안한 감정을 잘 유지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사람한테는 치명적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무증상으로 가볍게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폐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기저질환이 없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아무런 증상 없이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마음의 병도 몸의 병과 비슷한 것 같다. 만약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더 크게 무너지고 남보다 극단적인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심리적 기저질환이 있던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스트레스 상황을 더 편안하게 대처하고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심리적으로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 기절질환이나 심리적 면역력은 어린 시절 애착과 관련이 있다. 영유아 시기에 양육자와 어떤 애착을 가졌었는지에 따라 살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이 다르다. 연구에 의하면 태어나서 향후 1년 동안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신경축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만약 조산이나 난산 등의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거나 엄마가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면 아이는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신경축이 약하게 만들어져서 살면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적응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또 아이가 낯가림을 시작하는 9~18개월 사이도 애착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이때 양육자가 아이에게 불안정한 애착을 제공해 주거나 주 양육자가 바뀌는 일이 있으면 아이의 정신세계에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이 새겨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심리적 기저질환에 해당되는 애착 문제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애착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는 전체 산모의 67%라고 한다. 게다가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직장맘의 경우 대개 아이가 애착에 민감한 시기에 직장으로 복귀하면서 아이 입장에서는 주 양육자가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외벌이 부부라면 핵가족 시대에 대개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독박육아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헬육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육아에 대한 힘겨움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엄마들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꾸준히 제공해 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심리적 기저질환이 만들어지기 쉬운 애착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인데 코로나와 같은 특수하고 강력한 스트레스 상황을 만나게 되니 각자 다양한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인간은 언제나 이런 심리적 기저질환을 만회하거나 치료할 기회가 있다. 뇌가소성이라는 성질 때문이다. 뇌세포는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어린 시절에 애착을 통해 관계와 세상에 대한 기본 청사진이 만들어지지만 이 청사진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한다. 특히 사춘기 때가 이런 애착 문제를 만회할 가장 좋은 기회이다. 사춘기 때 인간의 두뇌는 아동의 두뇌에서 성인의 두뇌로 리모델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너무 몰라서 혹은 너무 힘들어서 아이에게 불안정한 애착을 제공해 주었고 그 결과 심리적 기저질환을 심어주게 되었다면 사춘기 때 이것을 만회할 수 있다.
이 애착문제를 만회하는 방법이 바로 감정코칭이다. 아이의 두뇌가 리모델링되는 사춘기 때 부모가 아이에게 꾸준히 감정코칭 해주면 세상을 불신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불안함이 있던 아동의 두뇌가 세상에 대한 믿음과 인간관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성인의 두뇌로 잘 발달할 수 있게 된다. 정말 좋은 것은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해주는 것이 부모에게도 심리적 기저질환을 치유하는 기회가 되어 준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아이에게 스트레스 관리법을 가르쳐줄까 고민하는 사이에 부모의 두뇌도 재배열되고 부모의 마음도 건강해진다.
이렇게 사람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녀를 키우거나 여행을 한다거나 특별한 만남을 갖는 등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심리적 기저질환을 치유하고 심리적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신체적으로 원래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도 운동 안 하고 좋은 음식을 안 먹으면 점점 체력이 떨어질 것이다. 반면에 원래 약하게 태어난 사람도 꾸준히 운동하고 노력하면 점점 체력이 강해진다. 마음도 몸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관리하면 후천적으로도 충분히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희망이다. 그냥 보기에는 긍정적인 사람은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고 그렇게 태어나서 마음이 밝은 것 같지만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잘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후천적으로도 마음이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바뀔 수가 있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평범한 일에도 감사하고 힘든 때일수록 남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뭔가 잘 안될 때 남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일”을 찾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것은 스스로를 탓하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문제 상황을 회피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 마음이 심리적 면역력이 있는 상태이고 이런 마음을 의도적으로 자꾸 키워 나가는 태도가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요즘 같은 시대 아이들이나 부모나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어른이 먼저 감사일기와 선행일기를 작성하면서 감사와 베푸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을 하면 아이들도 부모를 보며 힘든 상황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아파트 봉쇄를 겪기도 하고 남편도 직장에서 격리되어 퇴근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지만 비교적 큰 문제없이 아이들하고 나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했다. 감사하게도 감정코칭 협회에서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코로나로 갇혀 있는 상황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나 역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도하면서 아이들도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