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형 작가의 열혈 청춘기
조서형 작가는 오래전에 한인소식지 취재기자로 근무했었다.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베트남 종단 여행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여기저기 붕대를 하고 나타났던 기억이 선하다. 예쁘게 차려 입고 우아하게 커피숍에서 책장을 넘기는 게 어울리는 나이대의 아가씨가 선머슴아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베트남 종단 여행이라니 놀라운 가운데 사고까지 있었다니 걱정스러웠다.
남들은 상상도 안 하는 걸 실제로 실행하는 용감한 청년 서형씨가 한국으로 귀국한다길래 말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이별하는 게 아쉬워 밥 한끼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서형씨는 한국으로 귀국하고 나서도 한인소식지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편집장님은 서형씨만의 문법과 서형씨만의 좌충우돌 인생 스토리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덕분에 나도 글을 통해 서형씨를 계속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 서형씨가 한 권의 책을 보내왔다. 조서형 작가가 된 것이다. 조각조각 만났던 서형씨의 삶을 좀 더 긴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니 반가웠다. 여름에 태어나서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변명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더니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이 곳, 하노이에서의 스토리다. 어떻게 해서 베트남 종단 여행을 결심했는지, 어쩌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었던 건지, 얼마나 좌충우돌 고생 끝에 겨우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지 이제 알았다.
오토바이와 함께 한 하노이 이후에도 북유럽에서 방황하고, 과테말라에서 과로하고, 도쿄에서 호떡을 굽고, 말레이시아에서 자전거를 타며 서형씨의 모험은 계속된다. 포기할 만한 사건이 무궁무진한데도 서형씨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어릴 때 본 만화 속의 <달려라, 하니>를 보는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삿포로에서 서형씨가 친구와 나눈 대화이다. 실수 연발인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는 서형씨의 하소연은 너무 내 얘기 같아 공감이 되었다. 원래 잘 도전하는 사람한테는 창피한 사연이 쌓이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기에 찬란한 청춘은 가능성이 무한한 만큼 불안감도 무한정으로 큰 법이다. 불안이 일상이 되면 가끔 찾아오는 행복도 무서워진다. 자신의 취약함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서형씨도 멋지고 서형씨의 이야기를 듣고 사려 깊은 응원을 진심을 담아 건낼 줄 아는 서형씨 친구도 너무 멋있다.
언제까지 방황만 할 것 같은 서형씨가 드디어 자신의 취향을 찾았다. 서형씨한테 딱 맞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더니 뱃속에 예기치 않은 천사도 찾아왔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던 서형씨도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얌전히 몸간수를 해야 할 판이다. 자신의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세상에 남편과 아이가 어떤 때는 힘이 될 것이고 어떤 때는 짐이 되는 것을 느끼며 그래도 서형씨는 아마 결코 멈추지 않고 서형씨와 꼭 닮은 아기와 함께 용감하고 씩씩한 엄마가 될 것이다. 서형씨의 인생 다음 페이지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서형씨의 뜨거운 삶에 나 역시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